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 경주 지진으로 원전사업에 먹구름  
▲ 신고리 5,6호기 조감도 <한수원>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원전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 앞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경주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원전 도입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젝트다.

22일 정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서있는 신규 원전은 모두 10곳이다. 신고리 3, 4호기는 완공돼 시운전단계이고 신한울 1, 2호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는 신한울, 천지 등 신규 원전들은 지진 여파로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기업인 두산중공업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당장 신한울 3호기와 4호기의 연내 승인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신한울 3, 4호기는 원전개발 실시계획 승인만 받으면 발주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신한울 1, 2호기는 실시계획 승인까지 15개월이 걸렸고 신고리 5, 6호기는 원전 납품비리로 다소 늦어져 18개월이 소요됐다.

현재 신한울 3, 4호기는 실시계획을 신청하고 12개월이 지났다. 올해 안에 승인을 받고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원전 안전 논란성이 불거지면서 신한울 3, 4호기 승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국내 신한울 3, 4호기 주기공급계약으로 수주실적  2조2천억 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수주목표 11조4천억 원의 18.4%에 이르는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상반기까지 수주실적 2조3200억 원을 올렸는데 하반기 들어 아직 수주 소식이 없어 신규 수주가 더욱 간절하다. 만약 원전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주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향후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2012~2013년 수주감소로 한동안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다가 2014~2015년 수주가 늘어나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시 수주 부진을 겪는 일은 반갑지 않다.

특히 원전 도입이 지연되는 정도가 아니라 신규 원전 도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선회할 경우 두산중공업이 받을 타격은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서 이미 신규 원전 건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신규 원전 도입을 제한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전 반경 30km 이내에 인구 300만 명을 초과할 경우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원전 다수호기 부지에 추가 원전을 건설할 경우 지진 등에 대비해 상호 안전성평가를 반드시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 의원은 “최근 발생한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라며 “국민들의 안전 불안감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도입 예정 원전뿐 아니라 당장 공사가 진행 중인 원전도 착공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고리 5 ,6호기가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 경주 지진으로 원전사업에 먹구름  
▲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왼쪽)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신고리 5, 6호기는 6월23일 건설허가를 받았다. 2011년 신한울 1, 2호기 이후 4년6개월만의 신규 원전 허가로 공사비는 8조6254억 원에 이른다.
 
300개 기업이 참여하며 7년 동안 연인원 400만 명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신고리 5, 6호기 공사는 부지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로 본격적인 공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향후 공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우원식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더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며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은 즉각 승인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리 5, 6호기 주설비공사를 맡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자칫 공사가 지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고리 5, 6호기 주설비 공사를 따냈다. 낙찰가는 1조1800억 원으로 삼성물산 지분이 약 6천억 원, 두산중공업 지분이 4600억 원, 한화건설 지분이 1200억 원이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대우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의 막강한 경쟁자를 꺾고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신고리 5, 6호기 주설비공사는 삼성물산이 지난 3년 동안 수주한 유일한 공공공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형 공공공사의 중요성은 크다.  삼성물산 신고리 5, 6호기 주설비공사 수주금액은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의 5%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6호기 주기기도 공급하기로 돼 있어 타격은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8월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3천억 원 규모의 주기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의 주설비공사와 주기기 공급계약 규모는 2조8천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