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겸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 테스트와 로봇, 의료기기 분야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과거 소비재 위주 기업이었다가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변신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재무구조 악화 위기를 모범적으로 이겨낸 만큼 이제 첨단기술 기업으로 두산그룹의 세 번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세 번째 '변신' 시작, 박정원 첨단기술 신사업 잰걸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5일 두산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반도체 테스트 분야를 비롯해 첨단기술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은 최근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의 지분 30.62%를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 하고 회사이름을 두산테스나로 변경했다.

테스나는 모바일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무선통신칩(RF) 등 시스템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국내 동종 기업 중 최상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의 기초가 되는 웨이퍼 테스트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박 회장은 올해 두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자동판매 운영업 등을 신규사업분야로 정관에 추가했다. 앞으로 의료기기 사업과 로봇사업에 힘을 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의약품 용기 회사 ‘SiO2머티리얼즈사이언스’에 1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의료기기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SiO2머티리얼즈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에 쓰이는 보관용기를 제조·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100여개 이상의 임상제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의약품 용기 회사다.

두산은 SiO2머티리얼즈사이언스 제품의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국내 제조를 추진하기 위한 채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정관에 새로 자동판매기 운영업도 추가했는데 이는 미래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협동로봇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협동로봇이란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이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도움을 주도록 설계된 로봇을 말한다.

두산의 로봇제조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는 모듈러 로봇카페를 포함해 쿠킹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선보이며 협동로봇의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은 정관에 새로운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그룹 계열사와 함깨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로봇사업으로 두산에서 올해 정관변경에도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핵심계열사를 과감하게 매각해 23개월이라는 역대 최단 기간 채권단 관리 체제를 모범적으로 졸업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자체사업의 일부와 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유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지난 2년은 두산에게 전화위복의 시기로 어려움을 극복한 두산그룹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채권단 체제를 벗어난 올해에는 그동안 구상해왔던 신사업들을 구체화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세우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며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 및 담수설비 사업 등을 주력으로 했는데 가스터빈, 풍력터빈, 소형모듈원전 등 친환경 에너지설비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