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한국토지신탁이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사업에 한 발 다가섰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을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다 컨소시엄 구성원으로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신탁 한진중공업 인수 눈앞, 영도조선소 개발 본격화할까

▲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회장 겸 엠케이전자 회장.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한진중공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만큼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한진중공업을 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입찰 당시 한국토지신탁만 참여했었지만 본입찰에서는 같은 컨소시엄에 동부건설이 주관사로 등장했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곳에 한진중공업을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역여론을 의식해 동부건설을 내세운 것이라는 시선도 나왔다.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키스톤에코프라임 지분을 87% 정도 들고 있다.

허상희 동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토지신탁의 최대주주인 엠케이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 엠케이전자 대표이사 출신이기도 하다.

한국토지신탁과 동부건설은 그동안 많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함께 해왔던 만큼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건설은 11월 한국토지신탁과 시너지를 위해 한국토지신탁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코레이트타워로 사옥을 이전하기도 했다.

동부건설은 2015년 경영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 뒤 2016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는데 한국토지신탁은 여기에 재무적투자자(LP)로 참여했다.

부산지역에서는 영도조선소를 살릴 수 있는 곳에 한진중공업을 매각해야지 사모펀드와 같이 차익만 기대하는 곳에 한진중공업 지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다.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10월28일 KDB산업은행을 방문해 “한진중공업 매각을 자본논리보다 고용안정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토지신탁이 영도조선소 부지의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용도변경만 이뤄지게 되면 땅값만 인수비용 6800억 원을 훌쩍 넘는 1조 원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 영도조선소 건너편에서 대규모 업무지구를 조성하는 부산 북항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조선소 부지에 주상복합시설 등이 들어서면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에서는 영도조선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죽은 것 들여다 보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기업과 투자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19억 원을 냈다. 올해 손실을 내게 되면 2012년 이후 8년 동안 영업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제 한진중공업은 조선보다는 건설회사라는 시선이 많다. 매출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건설 50% 조선 30% 기타 20% 정도다.

부산시와 영도구에서도 영도조선소 부지와 관련해 개발사업 등을 고민하고 검토해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부산도시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과 관련해 영도 해양 연구개발(R&D)이 포함됐는데 이를 통해 영도조선소 부지에 1조2천억 원 들여 세계적 조선 해양과학사업화 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기기도 했다. 

영도구에서 발표한 영도비전 2030 개발계획을 살펴보면 영도에 3400억 원 규모 남항 외항 방파제, 1조7천억 원 규모 태종대권 종합개발, 4100억 원 동삼혁신지구, 1955억 원 봉래산 역사공원 등이 만들어진다. 

이런 계획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영도에 조선소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영도구에서는 영도조선소의 이전을 추진하고 영도 마린테크폴리스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신탁은 절충안으로 영도조선소를 이전할 부지를 마련하는 등 대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토대상 부지에는 신선대부두 남쪽, 감만부두, 기장군 일부 지역 등이 꼽힌다.

한국토지신탁은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자를 받아 1996년에 부동산 신탁 및 개발 관련 공기업으로 출범했다.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경영이 민영화됐고 2009년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 인가를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아 금융투자업도 하고 있다. 

공기업 출신의 기업으로 부동산 신탁과 개발사업을 주업무로 하며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점유율 선두권에 올라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최대주주는 엠케이전자와 엠케이인베스트먼트다. 이들은 2014년 한국토지신탁 최대주주에 올랐다. 엠케이인베스트먼트는 엠케이전자의 투자부문 자회사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