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한국기업 도움받아 화성 탐사선 쏜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 UAE의 화성탐사선 '아말' 상상도.

'발사의 창'. 지구와 화성의 공전궤도에 따라 정해지는 최적의 발사기간을 뜻하는 단어다. 

화성의 공전주기가 2년이기 때문에 2년마다 한번씩 돌아온다. 올해 발사의 창은 7월17일부터 8월15일까지다.

이 기간에 맞춰 미국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세 나라가 일제히 화성 탐사선을 쏘아올린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말'이 20일 오전, 중국의 '톈원1호'가 20~25일 사이, 미국의 '퍼시비어런스'가 7월30일~8월15일 사이에 발사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다. 미국은 전통적 우주개발 강국이고 중국 역시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등 ‘우주 굴기’를 착실히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이와 비교해 아랍에미리트는 2014년 첫 우주청을 설치한 ‘초짜’ 우주개발국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우주개발 초기 단계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지원을 받기도 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는지 주목된다.

◆ 아랍에미리트의 ‘인공위성 스승’ 쎄트렉아이

아랍에미리트의 우주개발은 국내 기업인 쎄트렉아이와 함께 시작됐다. 쎄트렉아이는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 연구원들이 1999년에 설립한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및 관련 서비스 전문기업이다. 

2009년 발사된 아랍에미리트의 첫 번째 인공위성 ‘두바이샛’이 바로 쎄트렉아이 작품이다. 쎄트렉아이는 두바이샛을 아랍에미리트의 정부 출연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2013년 발사된 ‘두바이샛 2호’ 역시 쎄트렉아이가 제작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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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쎄트렉아이가 개발한 인공위성 '두바이샛 2호'가 촬영한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대교의 모습. <쎄트렉아이>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 역시 쎄트렉아이와 함께 진행하기를 원했지만 쎄트렉아이 쪽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쎄트렉아이는 3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아랍에미리트의 화성탐사 성공을 기원한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옴란 샤라프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프로젝트 총괄책임자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랍에미리트 우주개발의 시발점은 한국과 합작이었고 이를 통해 기반을 다졌다”며 “아랍에미리트의 우주개발에 한국이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국 우주개발의 분수령 '누리호(한국형 발사체)' 사업

아쉽게도 국내 기술로 화성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아직까지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도로 ‘누리호’ 개발과 달 탐사를 성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1.5톤급 실용 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를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하는 사업이다.

2020년 하반기에 실제 비행모델과 동일한 인증모델(QM)을 통한 누리호 1단 로켓 종합연소시험이 진행되며 2021년 2월에 1차 시험발사를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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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1월18일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발사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의 독자 발사체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더 이상 외국의 발사체에 의지하지 않고 위성을 원하는 시점에 우주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독자 발사체 기술은 인공위성, 우주 탐사 등 각종 우주사업을 진행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사업이 인공위성 발사, 달 탐사선 발사 등 국내 우주개발사업에 도움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누리호 사업 종료 이후에도 계속해서 누리호의 성능 개선작업을 진행해 다른 국가가 인공위성 등을 발사하려고 할 때 누리호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조상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보증팀장은 3일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미디어아카데미에서 “누리호사업 종료 이후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진행해 상업 엔진과 견줄만큼 성능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독자기술로 달에 착륙할 수 있을까, NASA와 함께하는 달 탐사사업

달 탐사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궤도선, 착륙선, 과학탑재체, 심우주통신 등 달 탐사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달 탐사사업은 달 궤도선을 개발하는 1단계와 달 착륙선을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뉜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단계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심우주통신 인터넷 프로토콜 설계, 착륙기술 개발 및 착륙장치 설계 등 2단계를 위한 선행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1단계를 NASA와 함께 진행하는 이유는 처음 시도하는 달 탐사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궤도선 본체 및 탑재체의 설계, 조립, 시험, 발사 등을 담당하고 NASA는 심우주통신, 항행 기술 등을 지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탐사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2년에는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한국기업 도움받아 화성 탐사선 쏜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 2022년 발사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의 임무 수행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탐사사업을 위해 AP위성 등 국내 민간 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다. 

AP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실용 위성인 아리랑1호 개발의 총책임자를 맡았던 류장수 회장이 설립한 우주사업 관련 벤처회사다. AP위성은 올해 6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시험용 달 궤도선의 전기분야 통합시험 기술용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135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 기술 과시용에서 상업적 활용으로, 우주 개발의 가치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절부터 우주 개발은 강대국들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주 개발이 단순한 과시용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인공위성사업은 통신, 보안, 군사 등 각종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등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지구에는 없지만 우주에는 존재하는 각종 희귀 원소들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가장 대표적 예가 우주 전체에서는 수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지만 지구에서는 매우 희소한 원소인 헬륨이다. 특히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달 표면에는 매우 많이 쌓여있는 헬륨3은 1g으로 석탄 40톤이 생산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단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2007년부터 달에 가는 이유는 자원 때문이라고 선언했다”며 “아직 헬륨3를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진 않았지만 소량으로도 지구 전체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양과 비견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