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업체들이 중동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슬람 종파 간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동국가들이 최근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국방비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데다 정부와 우호관계도 든든해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중동 '방산 특수'에 공들이다

▲ 17일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립전시장(ADNEC)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방산전시회 IDEX2019 한국관에 마련된 한화 전시관 모습. K9A1 자주포와 다련장로켓포 천무 실물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이 최근 빠르게 국방비를 늘리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핵심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18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중동의 대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국방비를 3번째로 많이 쓴 나라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 국방비로 694억 달러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보다 9.2% 늘었다. 4위 러시아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국방비 규모를 줄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3위를 내줬다.

세계 최대 방산국인 미국이 국방비를 줄이는 추세에 있고 빠른 증가세로 주목받는 중국과 인도의 2017년 국방비 증가율이 각각 5.6%와 5.5%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중동이 전체적으로 국방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는 카타르, 시리아, 예멘,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중동국가들이 2017년 국방비로 1500억 달러가량을 쓴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보다 6.2% 늘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10%)를 비롯해 오만(12%), 쿠웨이트(6%) 등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10개 국가 가운데 7개 국가가 중동에 몰려 있다.

중동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패권 다툼으로 앞으로도 국방비가 지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풍부한 오일머니는 중동국가들이 국방비 확대를 지속할 수 있는 원천으로 파악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방비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풍부한 오일머니가 뒷받침하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은 최근 동남아시아보다 중동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동국가와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점도 국내 방산업체들이 중동 공략에 힘을 싣는 이유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겸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정상회담을 하는데 의제 가운데 하나로 국방과 방산 분야의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고 있는 중동 지역 최대 국제 방산전시회인 IDEX(International Defence Exhibition and Conference)2019에 참석해 국내 업체들의 수출 확대에 힘을 싣는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국방특임장관, 오만 국방장관, 이집트 방산장관 등과 16~17일 잇달아 만나 국방과 방산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방산 수출은 개별 제품의 경쟁력만큼이나 정치·국제적 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일례로 한국이 미국의 우방국이 아닌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최근 1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많은 무기를 판매했다. 아랍에미리트도 호주, 한국에 이어 미국이 무기를 많이 판 나라 4위에 해당하는 국가인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이 사우디아라바이라와 아랍에미리트를 공략하는 데 큰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군다나 아랍에미리트는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형제국가로 국내 업체들이 중동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는 중동 공략 강화를 위해 IDEX2019에 총출동해 적극적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중동 '방산 특수'에 공들이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립전시장(ADNEC) 열리고 있는 방산전시회 IDEX2019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은 1월 한화디펜스와 한화지상방산이 통합해 출범한 뒤 처음으로 참가하는 주요 국제 방산전시회인 IDEX에서 수출 실적이 풍부한 K9 자주포 등을 앞세워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KT-1 기본훈련기, FA-50 경공격기, 수리온 기동헬기와 파생형으로 개발된 ‘수리온 경찰헬기’ 등을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라크에 T-50 고등훈련기를 수출한 경험이 있다.

최상열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업본부장은 “수리온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중동은 잠재시장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구매력 있는 고객이 많아 앞으로 중동시장에 집중해 마케팅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인 ‘천궁 II’를 비롯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경어뢰 ‘청상어’,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등 현지의 전장환경에 최적화한 정밀 유도무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은 “중동, 특히 양국 간 군사적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아랍에미리트를 전략 수출시장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