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구 LIG넥스원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임과 더불어 등기이사도 내려놓아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LIG넥스원의 성장세가 둔화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구본상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경영에서 입지확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LIG넥스원 이효구 전격 퇴진, 구본상 경영보폭 확대하나  
▲ 이효구 LIG넥스원 부회장.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효구 부회장이 LIG넥스원의 대표이사뿐 아니라 등기이사에서 갑자기 물러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2007년 1월부터 부사장으로 LIG넥스원 대표이사를 맡으며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방산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힌다.

LIG넥스원의 성장을 주도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 1조9037억 원, 영업이익 1122억 원을 냈다. 이 부회장이 처음 LIG넥스원의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보다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4.5배 늘어났다.

이 부회장은 LIG그룹 오너일가인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기간에도 경영공백을 비교적 잘 메웠다.

구 전 부회장은 2012년 10월에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올해 10월 말에 만기출소했는데 이 기간에 LIG넥스원은 코스피에 상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검찰로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는 등 악재를 겪으며 한 차례 상장일정을 연기하기도 했으나 결국 지난해 10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하지만 LIG넥스원이 올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LIG넥스원은 올해 매출 1조9083억 원, 영업이익 1065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5% 줄어드는 것이다. LIG넥스원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는 것은 최근 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일감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 겪고 있다. LIG넥스원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이 4조7160억 원인데 지난해 말보다 수주잔고가 17.3% 줄었다.

LIG넥스원은 올해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3월에 두산그룹의 방산계열사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한화테크윈에 밀렸다. 4월에는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에서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 시제품을 제작할 사업자 선정에서도 한화탈레스(현 한화시스템)에 기회를 빼앗겼다.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LIG넥스원 주가는 최근 7만~8만 원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올해 초와 비교해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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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이번 인사는 구 전 부회장이 10월 말에 출소한 뒤 이뤄진 첫 인사다.

구 전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LIG그룹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오너가 대부분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아도 물밑에서 사업에 관여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어떻게든 구 전 부회장이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구 전 부회장이 앞으로 경영에서 행보를 넓히기 위해 대표이사를 교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새로운 경영방침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진 것일 뿐 구 전 부회장의 뜻과는 무관하다”며 “구 전 부회장은 현재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효구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는 물러나지만 부회장을 유지하는 만큼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