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3년 넘게 이어온 OTT업계 vs 문체부 싸움, 지식재산 대가는 얼마?

▲ 3년 넘게 이어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싸움이 끝났다. 국내 OTT기업들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 저작권료 관련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왼쪽부터 티빙, 웨이브, 왓챠 로고.

[비즈니스포스트] 3년 넘게 이어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싸움이 끝났습니다.

국내 OTT기업들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음저협의 손을 들어준건데요. OTT기업과 음저협은 무엇 때문에 3년 넘게 싸움을 이어온 걸까요?

3년반 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20년 7월 음저협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저작권 사용료에 대해 협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OTT를 통해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음악이 삽입돼 있죠. 거기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라는 거였습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은 곧바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를 만들고 음저협에 공동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협상테이블을 꾸리지도 못했는데요. 음저협이 OTT음대협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공동 협상을 거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저협은 2020년 7월 문체부에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징수 규정이 없어 OTT가 저작권료를 내고 있지 않으니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이죠.

음저협이 처음에 제시한 개정안은 OTT 사업자들이 매출 가운데 2.5~10.5%를 음악 저작물 사용료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을 신설해 그 대상을 ‘방송사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제한했습니다. OTT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방송물 재전송 규정에 해당하지 않도록 제외한 것입니다.

OTT음대협이 자신들은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으니 요율을 거기에 맞추겠다고 주장하자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에 대한 적용 영역을 좁힌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에 대한 요율은 0.625%입니다.

문체부는 2020년 12월 음저협이 제출한 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OTT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진거죠.

그럼 2020년까지 OTT들은 음악 저작권료를 내지 않았던 걸까요?

음저협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은 그 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낸적이 없다고 합니다. OTT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규정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음저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처음부터 모든 플랫폼을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규정에 없는 플랫폼과는 협의를 통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었다”며 “하지만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저작권료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한 OTT 플랫폼 관계자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협상이 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저작권료를 정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강제입금’ 형식으로 음저협 계좌에 저작권료를 입금했다고 합니다.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에 대한 요율인 0.625%를 기준으로 했다고 하네요.
 
[백브리핑] 3년 넘게 이어온 OTT업계 vs 문체부 싸움, 지식재산 대가는 얼마?

▲ 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협의를 진행했다. 정확한 요율은 계약상 밝히기 어렵다고 하지만 OTT업계에는 해외 평균 요율인 2.5% 정도를 넷플릭스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사업자들은 2021년 2월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체부가 음저협만의 주장이 담긴 개정안을 승인했다며 취소해 달라는거였죠.

문체부가 개정안을 승인할 때 의견을 수렴한 음악산업발전위원회 구성원 가운데 70%가 음악 저작권 권리자 측이라는 점도 주장했습니다.

1심은 “개정안 승인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은 2022년 1.5%로 시작해 2026년에는 매출의 2.0% 정도를 저작권료로 내야합니다.

1.5%~2.0%라는 요율이 어느 정도인지 선뜻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에서는 OTT 사업자가 매출의 3% 이상을 저작권료로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은 3.125%, 프랑스는 3.75%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해외 OTT들은 어떨까요.

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하면서 음저협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요율은 계약상 밝히기 어렵다고 하지만 OTT업계에는 해외 평균 요율인 2.5% 정도를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넷플릭스는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2021년 2월 국내 OTT 사업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넷플릭스도 저작권료 지급을 보류했습니다. 음저협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행정소송이 끝나면 정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디즈니+는 행정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디즈니+도 행정소송이 끝나면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음저협에 전달했습니다.

국내 OTT 시장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음저협과 OTT업계의 대립은 사실 예정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커지면서 저작권료 징수 규정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죠.

저작권에 대한 대가는 정당하게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OTT업계는 저작권료를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음저협은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3년을 넘게 싸운겁니다.

OTT 관계자는 문체부 개정안에서 정한 요율을 기준으로 음저협과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요율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협의가 쉬워보이지는 않네요. 행정소송은 OTT 사업자들의 패소로 끝났지만 OTT업계와 음저협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