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이라는 건 포기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국내 산업계 안팎은 물론 정치권까지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원전이 대통령과 정부의 뜻대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네 차례에 거쳐 짚어 본다.
①원전이 제 역할 할까? 넘어야 할 과제들 '험준'
②포화 상태인 수도권 송전망과 투자여력 없는 한전
③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 쌓여가는 원전 폐기물
④원전에너지로 만든 반도체, 애플 MS에 팔릴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대점검] 원전이 제 역할 할까? 넘어야 할 과제들 '험준'

▲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확보 방법으로 원자력발전 확대 카드를 꺼내자 적절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전력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원자력발전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원전 확대가 정부가 의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송전망 등 인프라를 비롯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확보 문제,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기업 환경의 변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1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반도체라인 증설을 하면서 원전으로 충당하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세계 트렌드나 이 부분의 내용을 잘 모르는 무식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발언은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이라는 건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 발표와 관련해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대책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전력을 기울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토론회 관련 사후브리핑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 수급을 위한 원전 확대를 놓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산업부는 오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제기된 국민들의 목소리와 대통령님의 말씀을 새기고 반도체 클러스터가 명실공히 세계 반도체 산업의 심장이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정부의 발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그에 따른 전력 공급을 근거로 원전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때부터 원전 확대를 이전 정권과 차별점으로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대점검] 원전이 제 역할 할까? 넘어야 할 과제들 '험준'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원전 건설의 이유를 놓고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업에 풍력발전, 태양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은 올바른 에너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 지사 역시 라이브방송에서 “원전은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아 앞으로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수출 품목들 수출길이 막힌다”고 말했다.

국내 사정을 살펴 봐도 원전 확대에 따른 기술적, 현실적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망을 놓고는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끌어오는 인프라 건설 역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16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의 송전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우리나라의 수도권의 송전선로 밀집도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더 이상 지금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가동에 따라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장 확보 역시 원전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없어 원전 내 시설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2030년께에는 대부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 보관이 어려워지면 원전 가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국회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이 상정돼 있으나 총선을 앞둔 정치권 일전, 여야 사이 긴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장 진전을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원전이 필요한데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원전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2030년이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