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37년, 원전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

▲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에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세계적으로 반핵 운동이 더욱 거세졌다. 최근에는 인류 공동의 숙제로 지속가능 성장이 떠오르면서 원전이 경제적 가치를 잃고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사진은 30년 넘게 폐허로 남아 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의 2020년 모습.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에너지 위기가 세계를 덮친 지금,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세계 각국에서 뜨겁다. 

특히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은 수십년 지난 현재까지 매듭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6일은 1986년 4월26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7년째 되는 날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3대 원전 사고로 꼽힌다.

이 가운데서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도 불린다. 피해가 다른 두 원전 사고를 압도하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인근 지역은 초토화되었다. 특히 반경 30km 이내 지역은 현재까지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폭발의 위력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40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소련, 현재 우크라이나 북부지역에 속한 체르노빌 원전의 반경 30km 내에는 12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살았다. 특히 소련이 체르노빌 원전 종사자 등을 위해 의욕적으로 만든 계획도시인 프리피야트는 당시 인구가 5만 명에 이르렀으나 이제는 유령도시가 됐다.

소련은 폭발 뒤 36시간이 지나서야 인근 주민을 대피시켰고 주변 국가에는 폭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방사선 수치 증가로 사고를 눈치챈 스웨덴의 추궁이 이어진 뒤에야 사고 사실을 인접 국가에 알렸다.

현장 인근에서는 원전 관련 지식의 부족으로 폭발을 구경하거나 방호복을 입지 않고 구조활동을 벌이는 일이 벌어지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소련 당국의 사고 축소, 은폐 등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1989년까지 사고처리 등에 동원된 최소 80만여 명의 사람이 피폭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에서는 이후에도 방사능 낙진으로 인근 국가인 벨라루스에서 소아암 환자 수가 급증하는 등 간접적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900만 명의 사람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반핵 운동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 확인조차 어려운 대규모 피폭과 인명피해를 동반한 최초의 원전 사고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앞선 1979년에 발생했으나 스리마일에서는 사고 규모가 원자로가 녹는 정도에 그쳤고 방사선 피폭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원전을 놓고는 안전과 폐기물 처리 등을 이유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의 배출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와 한국, 중국 등 국가 사이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37주년인 27일 서울에서도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반핵 시위가 이어졌다.

탈핵시민행동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탈핵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를 연장해 가동하고 취소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되살리고 있다"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교훈을 망각한 채 다시 핵 발전 확대의 길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지어지는 원전은 과거와 기술이 다른 만큼 안전성은 크게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은 이제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교수 시절인 2017년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체르노빌 원전은 1950년대의 초기 원전기술이 적용된 노형이고 후쿠시마 원전은 '싸구려'로 평가되는 비등형 경수로라 최근 지어지는 원전과 크게 다르다”며 “가압경수로인 한국형 원전은 사고 확률이 100만 분의 1”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압경수로는 핵분열 물질이 생성되는 원자로 계통과 증기를 발생하는 계통이 분리돼 있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다.

반면 비등경수로는 터빈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핵분열 생성물이 직접 증기에 들어가 전체 계통에 퍼지는 만큼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