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100은 RE100의 대안일까, 지속성 확보 포함 CF100 달성조차 ‘험난’

▲ 국내에서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을 놓고 원전을 활용할 수 있는 CF100에 힘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CF100은 RE100의 대안이 아닌 데다 CF100의 달성 역시 녹록한 일은 아니다. 사진은 신월성 2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RE100’과 함께 ‘CF100’도 주요 방법론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대응 움직임이 분주하다.

CF100은 무탄소(Carbon Free) 에너지원으로 에너지의 100%를 사용하자는 의미로 유엔 에너지(UN Energy), 지속가능에너지기구, 구글 등이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를 100% 이용하자는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의 여건을 고려하면 CF100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CF100은 RE100의 대안이 아닐 뿐더러 CF100의 달성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13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CF100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기관으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선정돼 지난 2월부터 6개월 동안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박일준 2차관이 오는 15일에 열리는 CF100 토론회 행사에 참석하는 등 CF100 관련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RE100이 비영리기구 등 민간 차원의 자발적 움직임이라면 CF100은 국제기구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용이 인정되는 에너지원도 RE100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국한되지만 CF100은 재생에너지에 더해 원자력발전, 연료전지까지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정한다.

국내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국토 여건과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로 전력 수요가 많다는 점 등을 들어 RE100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은 지난 2월14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파리협정은 각국 사정에 맞는 기후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한다”며 “원전에 강점을 가진 한국은 원전을 탄소중립에 활용하면 되는 식이니 재생에너지 생산 환경이 좋지 않은 우리가 RE100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원전 강화라는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CF100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일 국내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CF100 협약에 가입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CF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CF100의 공식 명칭은 ‘24/7 무탄소전원(Carbon-Free Energy)’이다. 24시간과 일주일(7일) 내내, 즉 항시 무탄소전원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RE100은 각 에너지 소비자가 사후에 자신이 사용한 에너지의 양만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을 구입하는 방식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CF100은 에너지 소비자가 무탄소 발전원에 항시 연결돼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CF100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원전 등 무탄소 발전원과 전력 수요처 사이 계통연결,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마련 등도 필요하다.

어찌 보면 RE100 달성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 CF100 달성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RE100과 CF100은 완전히 별개의 움직임인 만큼 어느 한쪽의 달성이 다른 한쪽의 달성으로 인정받는 대체 관계도 아니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내 국내 기업에도 RE100 달성을 요구할 때 국내 기업은 CF100 달성을 대신 내세울 수 없다는 의미다.

산업부가 CF100을 추진하며 원전에 힘을 주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창양 산업부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한국의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RE100 실현이 어려우니 CF100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장관은 노 의원의 지적에 “RE100과 CF100은 추진하는 기관이나 내용,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게 어느 걸 대체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토를 통해 두 제도가 모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