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잡혀가는 한수원 사장 선임, 이번에는 비관료 출신 유력한 듯

▲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비즈니스포스트] 다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인선에 윤곽이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이번 사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이 강세를 보이던 이전과 달리 교수, 내부출신 등이 비교적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수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한수원 사장 자리를 놓고 7명의 후보자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17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9명이 지원했으나 2명이 탈락했다.

최초 지원한 9명은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상근 부회장,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경남 전 한전기술 사장,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조병옥 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우중본 전 대성에너지 대표이사, 김병기 전 한수원 노조위원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정경남 전 한전기술 사장과 김병기 전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나머지 7명을 대상으로 7월1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추위는 이번 면접을 통해 3~5배수로 후보자는 추린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보고한다. 이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현재 한수원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7명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산업부 관료 출신 1명, 대학교수 3명, 한수원 내부인사 3명 등이다.

유연백 부회장은 산업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정재훈 현 사장을 비롯해 한수원 사장은 대체로 산업부 관료 출신이 맡아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지난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한수원이 분리돼 독립한 직후에는 최양우 초대 사장 등 한전에서 원전 관련 업무를 맡았던 내부 인사들이 한수원 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2012년 김균섭 전 사장 취임 이후 정재훈 현 사장까지 4명 연속으로 10년 넘게 산업부 관료 출신 사장 시대가 이어져 왔다. 

다만 이번 사장 인선에서는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도 읽힌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사업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상황인 만큼 사장 인사에서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원전 관련 수사에서 산업부 관료들도 검찰의 수사 범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이번 사장 인선에서는 산업부 관료 출신 보다는 교수 출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황주호 교수를 비롯해 정범진 교수, 황일순 교수 등 후보자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 반대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이기도 하다.

이번 사장 공모가 시작되기 전에는 유연백 부회장 외에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최태현 김앤장 고문,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등 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유력한 한수원 사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연백 부회장 1명만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은 그만큼 달라진 한수원 사장 인선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수원 출신인 이종호 전 기술본부장 역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종호 전 기술본부장은 한수원 내부에서 원전 비중 유지 등을 강하게 주장하며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이 중단됐을 때 공론화에도 앞장섰다가 정재훈 사장으로부터 보직해임을 당한 바 있다.

이번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원전 관련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료 출신 외 인사들이 이번 한수원 사장 인사에서 힘을 받는 데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라는 학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주요 정책 결정과 관련해 서울대 교수들의 조언을 주로 받거나 서울대 출신 인사를 요직에 중용하면서 편중 논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윤 대통령의 조언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 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KDB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경제 관련 인사에서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임명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원자력 정책 관련해서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주호 교수, 정범진 교수, 황일순 교수를 비롯해 이종호 전 기술본부장은 모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다. 이종호 본부장은 주한규 교수와는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