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U 원전 친환경에너지 분류, 한수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재검토 기대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 규정안 확정과 관련된 논평을 내고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원전을 녹색기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도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삼는 데 반해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에서 원전이 제외됨에 따라 신규원전 건설과 차세대 원전기술 투자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한수원도 유럽연합이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는 녹색분류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변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각)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로 분류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 규정안을 확정·발의했다. 앞으로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활동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금리 혜택 등을 통해 민간·공공부문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규정안은 일부 국가의 반발에도 사실상 통과가 확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20개국이 반대하거나 유럽연합 회의에서 절반(353명)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되지만 현지에서는 부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원전을 무조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 

규정안을 보면 원전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045년 이전 건설허가 발급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 마련 △원전 폐기를 위한 기금 마련 등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사실상 친환경에너지로 공인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에서 원전 관련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수원도 해외 원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유럽 쪽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추가될 가능성이 생겼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하면서 천연가스가 조건부로 포함된 반면 원자력은 끝내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원전의 포함 가능성은 열어뒀다.

환경부는 당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며 “국제사회 동향과 국내여건을 고려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여부를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전업계에서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제외됨에 따라 차세대 원전기술 투자 동력과 해외 수출 지원 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수원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발표에 앞서 환경부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원전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이 포함된 유럽연합의 택소노미 초안에는 강한 조건이 붙어 있고 우리가 유럽연합보다 조건을 유연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소 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유럽연합과 같은 조건일 때 한국에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