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이 민수사업 진출에 속도를 낸다.

LIG넥스원은 그동안 방산 외길을 걸었는데 외형 확장을 위해서는 민수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산외길 LIG넥스원도 민수사업으로, 김지찬 수익성 높이기 본격 착수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15일 LIG넥스원에 따르면 통신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고 민수사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통신용 시험 및 계측 장비와 소형 기지국(스몰셀) 등을 생산하는 통신장비업체로 5G통신 확대와 디지털뉴딜 등에 힘입어 지속성장이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노와이어리스는 스몰셀부문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지닌 업체”라며 “국내에서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인도 등에 스몰셀을 수출하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연결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영업이익 187억 원과 252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 실적과 2020년 전망치보다 각각 22%, 35% 늘어나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2018년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4.45%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331억 원을 투자해 지분 16.55%를 더하면서 이노와이어리스를 자회사로 두게 됐다.

LIG넥스원은 이노와이어리스와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차세대 군 이동통신망 자율운용 기술 개발사업’을 함께 수주하는 등 이미 협력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민수와 방산부문에서 모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LIG넥스원과 이노와이어리스는 기술력을 중시하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번 인수가 민수시장 진출의 주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게 민수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평가된다.

LIG넥스원은 그동안 방산전문업체 외길을 걸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등 대부분 국내 방산업체들이 일찌감치 민수사업에 진출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올리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방산사업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만큼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국가예산에 매출이 크게 좌우돼 외연 확대에 한계가 있다.

LIG넥스원은 2019년 말 사상 처음으로 수주잔고 6조 원을 넘겼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확대기조 등에 힘입어 일감이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LIG넥스원이 상장한 2015년과 비교해보면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은 오히려 24% 줄었다. LIG넥스원은 매출이 2015년 1조9307억 원에서 매년 줄어 2019년 1조4527억 원까지 하락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100% 방산사업만으로는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증하는 마진으로는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부족한 만큼 외형 확대를 위해서는 LIG넥스원도 민수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민수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은 내년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의 경영복귀 터전을 닦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구 전 부회장은 사기성 LIG건설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2012년 10월 구속수감됐고 2016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징역형 집행 종료 이후 5년 동안 특정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LIG넥스원의 등기임원을 맡지 못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내년 10월 제한이 풀리면 LIG넥스원 대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방산외길 LIG넥스원도 민수사업으로, 김지찬 수익성 높이기 본격 착수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위)이 6월18일 자율주행 스타트업 코드42의 전략적 투자와 관련한 화상회의에 참여해 송창현 코드42 대표이사(왼쪽 위) 등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그룹 재건을 노릴 가능성이 큰데 LIG넥스원은 LIG손해보험, LIG건설 등이 사라진 LI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만큼 역할이 중요하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민수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과 투자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노와이어리스 인수뿐 아니라 6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의 전진기지로 알려진 코드42에 50억 원 투자를 하고 9월 전북도와 ‘전북지역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맺는 등 민수사업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LIG넥스원은 정밀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통신장비 등 방산분야에서 쌓아온 연구개발 경험을 통해 무인화, 드론, 로봇 등 미래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민수부문에서도 사업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민수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김 사장의 앞으로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사장은 2018년 3월 LIG넥스원 대표에 올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김 사장은 6일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인수를 알리며 “긴밀한 협력과 교류를 통해 LIG넥스원과 이노와이어리스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고 국내 방위산업과 무선통신산업의 기술역량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