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해외 원전사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체코의 원전 수출에 힘을 쏟았는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이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에 아랍에미리트 지키기 바쁘다 바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임현승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김범년 한전KPS 사장 등과 함께 3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출국한다.

정 사장과 주 실장 일행은 6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에 머물며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경영진 등과 만나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 문제 등을 논의한다.

정 사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맞춰 체코 현지에서 원전 수출 홍보활동을 펼치고 프랑스를 찾아 원전 해체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4박5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1월30일 귀국했는데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중동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 산업경제실장, 차관보 등을 지낸 관료출신으로 4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취임 뒤 한국수력원자력을 종합에너지업체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세운 뒤 주요 과제로 원전 수출을 내세웠다. 6월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수출에서 한국전력이 위에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이 하도급 같은 분위기는 싫다”며 “앞으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수출의 맨 앞에서 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출 대상국 가운데 특히 체코에 힘을 실었다.

체코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한국전력의 원전 해외 수출 기능 일부를 받은 뒤 처음으로 원전 수출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나라다.

정 사장은 8월, 9월, 11월 잇따라 체코를 찾아 원전 수주의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체코는 7월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 뒤부터 원전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최근 바라카 원전의 운영과 정비계약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한국전력을 앞세워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주한 해외 원전인데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라카 원전의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그동안 바라카 원전의 장기 운영권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바라카 원전운영사인 나와(Nawah)가 애초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의계약으로 맺으려던 장기정비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월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뀐 것이 맞냐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며 “장비정비계약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의 운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계약은 크게 운영지원계약(OSSA)과 장기정비계약(LTMA)으로 나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나와와 10년 단위의 운영지원계약만 맺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기정비계약과 관련해 계약금액, 계약기간 등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지만 원자력업계에서는 장기정비계약이 운영지원계약보다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바라카 원전 운영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은 정 사장이 반드시 따내야 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정재훈,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에 아랍에미리트 지키기 바쁘다 바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11월29일 체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체코 원전사업과 관련한 현재활동상황을 간략하게 보고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는 원전 정책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장기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해외에서는 원전 수출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은 국내 탈원전정책이 원전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은 애초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수주에 큰 애로사항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도 해외 원전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체코는 아직 사업 발주도 나지 않았지만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 결과는 2019년 상반기 안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이 아랍에미리트를 찾는 것은 4월 초 취임 뒤 이번이 네 번째다.

정 사장은 4월 말과 9월 중순 사업 점검과 현지 직원 격려 차 아랍에미리트를 찾았고 10월에는 국내 원전 기자개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공동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

정 사장은 10월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업계 대표분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원전 기자재와 부품업체들의 간절한 수출 소망과 원전생태계 유지와 발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