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기획재정부의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노조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경영평가결과까지 좋지 않게 나와 김 사장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래 경영실적 경고받아, 석유공사 정상화 갈 길 멀어  
▲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6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김 사장에게 ‘경고’조치를 의결했다.

석유공사는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D등급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D(미흡)등급을 받은 기관의 장에게 경고조치를 내리고 E(아주미흡)등급을 받은 기관의 장에게 해임안을 건의한다.

기획재정부는 한 명의 기관장이 재임기간 중 2번의 경고조치 받을 경우 E등급과 마찬가지로 해임안을 건의하는데 김 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경고조치를 받아 해임건의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E등급을 받았지만 김 사장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임안과 경고조치를 모두 피해갔다.

김 사장은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2월 석유공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민간출신으로 드물게 공공기관 수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석유공사를 두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는 기관으로 돌려세웠지만 경영평가의 주요지표 가운데 하나인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부채비율 529%를 기록했다. 2015년보다 76%포인트 악화했다.

기획재정부가 2016년 경영실적을 평가한 30개 공기업 가운데 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 산출이 무의미한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평가범주를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등 2가지로 나눠 경영평가를 진행한 뒤 이를 합쳐 종합등급을 산출했는데 석유공사는 경영관리에서 C등급, 주요사업에서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와 달리 최하위등급인 E등급은 면했지만 1년 동안 강도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번 경영평가결과가 노조와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석유공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자산매각, 지인채용 등의 문제로 노조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힘줘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문제와 관련해서도 노조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석유공사 노동조합과 함께 국회에서 ‘한국석유공사 동해비축기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및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정래 경영실적 경고받아, 석유공사 정상화 갈 길 멀어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2일 국회에서 ‘한국석유공사 동해비축기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 및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석유공사 사장은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화를 핑계로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며 공기업 사장으로서 경영일탈과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김 사장의 경질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공기업 수장들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경우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황두열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임기만료를 6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사의를 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2조 원의 자산을 보유해 30개 공기업 가운데 자산규모 5위에 올라있다.

김 사장이 거대공기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노조와 갈등과 경영평가 탓에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