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유동성 꽉 막혀, 큐텐 구영배 살 길은 '외부 투자' 뿐이지만 '막막'

▲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부터 촉발된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 사태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외부 도움 없이는 티몬과 위메프 등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 탓에 상품 구매가 대부분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금은 들어오지 않게 된 반면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은 1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부로부터 재원을 당겨오지 않으면 사실상 큐텐그룹 산하 모든 플랫폼의 유동성이 꽉 막혀버릴 지경이다.

26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우선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소비자 대상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2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도착해 사무실을 점거한 피해 소비자들에게 “자금 사정이 어려워 모든 것을 단기간에 못하고 순차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유보금으로 30억~40억 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권 본부장이 밝힌대로라면 조만간 티몬의 환불 가능 재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티몬 신사옥에 나가 환불 신청을 현장 접수하기 위해 대기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수백만 원대의 여행 상품을 결제한 피해자들로 파악된다.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살펴보면 최소 100만 원대부터 많게는 1300만 원대까지 결제한 이들까지 있다.

환불 신청을 위해 현장 대기 접수번호를 받은 사람들만 2천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들이 인당 300만 원씩 환불받는다고 가정하면 최소 60억 원이 필요하다. 티몬이 현재 준비한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티몬 및 위메프의 소비자 피해 금액은 모두 1천억 원이 넘는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모두 현금화해도 600억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티몬이 현재 환불 신청과 관련해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접수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직접 티몬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담판을 지으려는 소비자들이 계속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계좌 환불을 신청한 뒤 실제 입금되는 절차를 모두 확인하지 않으면 환불 처리 순서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도 무조건 본사에 방문해 대면으로 환불 신청을 해야만 환불을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제는 티몬이 더 이상 돈을 끌어올 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급하게 마련한 사내유보금으로 소비자 구매 대금 환볼 절차를 진행하고 나면 8월에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에게 받은 돈을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주면서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현재는 소비자들이 티몬에서 상품을 살 수 있는 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티몬 상품 구매창에 들어가면 결제수단을 결정하는 항목이 나오는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티몬의 유동성이 순식간에 말라버릴 수 있다.
 
티몬·위메프 유동성 꽉 막혀, 큐텐 구영배 살 길은 '외부 투자' 뿐이지만 '막막'

▲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에서 티몬에 환불을 요구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대표가 직접 나서서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티몬과 위메프 사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구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 있다가 한국으로 들어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만 알려졌다. 그가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큐텐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를 만나 추가 투자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품권 판매 관련 회사들을 만나 결제를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해결하려면 현금 마련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큐텐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미국 몬스터홀딩스와 한국 원더홀딩스가 각각 2대주주와 3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들은 각각 티몬과 위메프의 최대주주였는데 큐텐그룹에 인수되면서 대신 큐텐 지분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싱가포르와 한국, 미국 등의 여러 사모펀드가 큐텐 지분을 조금씩 들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현 시점에서 대주주들과 사모펀드들이 큐텐을 지원하기 위해 선뜻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유동성 투입을 결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 소비자들은 큐텐그룹의 오너인 구 대표의 사재 출연도 요구하고 있다. 구 대표는 과거 그가 창업한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7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구 대표의 사재 출연만으로도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기 쉽지 않아보인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사태에 세금을 선제적으로 투입한 사례가 적다는 점에서 우선 고려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