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와인 생산지도 바꾼다, 영국 독일 기온 상승으로 경쟁력 높아져

▲ 기후 변화가 와인 생산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샤블리 화이트와인.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세계 와인산업 중심지를 바꾸고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맛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현지시각) 와인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브 매킨타이어는 워싱턴포스트에 "기후변화로 산불 빈도가 늘어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칠레, 포르투갈 등 기존 와인산업 중심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캐나다와 미국 동부 지역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기온 상승으로 날씨가 따뜻해진 영국에서는 최근 스파클링 와인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은 기존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 샴페인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에서 평균 기후가 추운 편에 드는 독일도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기온상승 덕에 포도 재배에 필요한 기간이 짧아졌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품질도 전반적으로 높아져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빈티지 등급 와인이 생산되는 해가 10년에 2~3회에 그쳤던 반면 현재는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포도 종자가 한정됐던 탓에 화이트 와인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독일 와이너리도 레드와인까지 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킨타이어는 "3월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프랑스 동북부 부르고뉴 지방에서 열리는 와인 축제)에 참석했는데 여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두드러졌다"며 "2022년 생산된 샤블리 와인은 평소보다 특유의 산미가 부족하고 무거운 맛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샤블리는 부르고뉴 지방의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기후가 서늘한 편이다. 이런 기후에서 생산된 샤블리 품종 와인은 샤르도네 품종과 비교해 산도가 강하며 가볍고 깔끔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매킨타이어는 브르고뉴 코트 도세르, 치트리, 이랑시, 생브리 등 지역에서 샤블리가 샤르도네 및 소비뇽 블랑 품종 포도를 활용해 생산된 와인들은 맛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해당 품종들은 생산된 지역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과일 향이 강해지고 맛에 깊이가 더해진다.

매킨타이어는 "현재 와인 업계에서 기온 상승, 혹독해진 겨울 환경 등 영향에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 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와인 산업계의 지평을 다시 쓰고 있는 지금 미국 뉴잉글랜드와 중북부를 여행하다 보면 더욱 다양한 와인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