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L이앤씨가 상반기 지지부진한 실적 흐름을 나타낸 가운데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쓰며 풍부한 현금잔고를 유지했다.

하반기에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발맞춰 신사업 투자 계획을 내놓고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DL이앤씨 실적 둔화에도 쌓이는 현금, 서영재 '밸류업' 위한 투자계획 내놓나

▲ DL이앤씨가 신사업 육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떠오른다. 사진은 엑스에너지 Xe-100 발전소 조감도. < DL이앤씨 >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DL이앤씨의 현금 활용안에 이목이 쏠린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DL이앤씨와 관련해 “아직까지 투자보다는 위험(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 밸류업 강화 기조 하에 투자와 성장 계획 구체화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현금 활용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업황 둔화로 저평가된 건설 업체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28일 종가 기준 건설업의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0.39배로 추정했다. 이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BR 0.94보다는 현저히 낮지만 DL이앤씨의 0.27배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DL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4320억 원으로 시가총액(약 1조3천억 원)보다도 많다. 건설업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순현금이 1조2506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96억 원 확대됐다.

이는 DL이앤씨가 위험 회피를 위해 투자를 아끼고 있던 탓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의 1분기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13.5%, 102.3%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건설업 차입금 의존도 26.4%, 부채비율 121.1%과 비교해 크게 낮다.

서영재 DL이앤씨 대표는 5월16일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전한 취임 인사말에서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과 건강한 재무구조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촉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저평가된 DL이앤씨가 신사업 투자 등 성장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5월 제시한 기업가치 밸류업 가이드라인에는 상장사에게 기업 가치 개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사업 부문별 투자, 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작성·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또 7월3일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주주환원액의 5%를 법인세 세액에서 공제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 ‘역동경제 로드맵’도 발표했다. 
 
DL이앤씨 실적 둔화에도 쌓이는 현금, 서영재 '밸류업' 위한 투자계획 내놓나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 DL이앤씨 >


법인세 세액공제 기준이 5%에 불과한 점은 유인책으로서 미흡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73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별도자료를 내놓은 것은 밸류업 정책이 '당파성'보다는 '당위성'의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장기 계획의 일환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전(SMR)과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엑스에너지(X-Energy) 등 선도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엑스에너지, 한전KP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4세대 SMR 모델 'Xe-100'을 적용한 글로벌 사업을 공동 개발해 SMR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새로 DL이앤씨를 이끌고 있는 서영재 대표의 역할도 주목을 받는다.

서 대표는 DL이앤씨 대표를 맡기 전까지 LG전자에서만 근무해 건설업계 경험이 전무하지만 강력한 실행력을 갖춰 미래 신사업 발굴에 강점이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서 대표는 LG전자에서 근무할 때 홈뷰티기기, 식물재배기 등 기존에 없던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안착시킨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힌다.

DL이앤씨는 5월10일 서영재 대표 선임을 발표하면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발굴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이미 주주환원을 통해 정부 밸류업 정책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1일 올해부터 2026년까지 3개년 동안 연결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신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