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낙제 수준의 경영 성적표를 뒤로 하고 경영 성과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최 사장은 재무 건전성 개선에 무게를 두려는 모양새지만 안전, 윤리경영 등 비재무적 부문에서 개선 노력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경영평가 낙제점에 최연혜 신속 대응, 재무 더해 안전·청렴 챙길까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낙제 수준의 경영평가 대응에 신속하게 나섰다.


2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전날부터 ‘경영성과 제고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가스공사의 이번 TF 가동은 기획재정부가 19일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 사장은 가스공사가 낙제로 평가되는 D(미흡)등급을 받자 평가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만에 신속하데 대응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가스공사는 2022년도 평가에서는 C(보통)등급을 받았으나 2023년도 평가에서는 한 등급이 떨어졌다.

2022년 12월에 취임해 2023년 한 해 내내 가스공사를 이끌어 온 최 사장으로서는 이번 평가 결과에 책임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최 사장은 재무적 측면에서 경영 성과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스공사는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를 놓고 “지속된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미수금 증가, 취약계층 요금 인하,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과거 가스요금 정산 등 일시적인 비용 급증으로 인한 재무 여건 악화와 종합청렴도 평가결과가 낮았던 점 등”이라고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15조4천억 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인 가스공사는 지난해 공급관리소 스마트화(무인화), 해외사업 역대 최대 1조 원 회수 등을 통해 자구노력 목표 대비 128%를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스공사의 자체 분석과 대응 방향과 관련한 태도를 보면 경영평가 결과의 원인을 동결된 가스요금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재무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가스공사가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은 미수금 증가 등 재무적 측면에서의 문제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로 분류되는 D 등급 이하는 한 가지 영역에서 미흡했다고 주어지는 등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 점수에서 재무 성과의 비중이 높기는 하나 재무 성과가 미흡했다는 이유만으로는 D등급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19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할 때 재무성과를 보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으로 주요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 2022년도에 발표했던 공공기관 경영혁신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 안전과 윤리경영 같은 사회적 책임, 공공성을 공공기관으로서 제대로 다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골고루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에 공개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보고서를 보면 당시에도 가스공사는 재무예산관리,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등 비계량 항목에서 D+등급을 받았고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에서 0.5~1점 등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조직 미 인적자원관리 등에서 C등급을 받는 등 다른 비재무적 평가까지 종합해 결과적으로 C등급을 받았다.

또한 가스공사가 재무 여건 악화의 원인으로 내세운 분석을 봐도 ‘취약계층 요금 인하’는 다른 에너지 공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진행된 내용이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일시적 비용 급증’은 결과적으로 재무 부담이 됐더라도 가스공사의 잘못된 업무수행에 따른 결과인 만큼 재무 문제로만 볼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재무 외적인 부분에서 부진한 경영평가 결과의 이유를 찾아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가스공사 직원이 마약을 밀반입하다 적발되고 요금을 부당하게 처리해 감사원 감사 결과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변상책임을 지게 되는 등 윤리경영과 업무처리 등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가스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1~5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등급인 4등급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엔 나오지 않았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사회적 책임 관련 평가지표에 악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최연혜 사장은 경영실적 미흡에 따른 경고에 더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경고까지 받아 유일하게 중복 경고를 받은 기관장이 됐기 때문이다.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공기업 평가단장을 맡은 김동헌 고려대 교수는 19일 브리핑에서 가스공사의 평가 결과를 놓고 “안전관리, 윤리, 핵심사업 등에서 전반적으로 가스공사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