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업체 'EU 관세폭탄'에도 흔들림 없어, 시장지배력 더 커질 수도

▲ BYD가 1월10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 자사 수출용 선박 익스플로러 1호를 정박시키고 전기차 선적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유럽발 ‘관세 폭탄’에 대응할 채비를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사업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현지 생산 거점을 늘리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업계 분석가들 발언을 인용해 “유럽연합의 중국 전기차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전기차 기업의 판매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라는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YD가 추가 관세를 17.4%나 얻어맞았음에도 유럽 내 판매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아토3가 관세를 적용해도 동급 경쟁제품인 폭스바겐의 ID.4 프로(Pro)보다 4% 저렴해 가격 우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BYD와 니오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유럽에 막대한 자금 투자로 사업 거점을 구축해 관세가 늘더라도 이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관세에 대비해 현지 완성차 기업들과 협업을 늘리고 유통망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프모터와 스텔란티스 그리고 체리자동차와 스페인 이브로 사이 협업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관세를 피해 생산 현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관세가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긴 이르다면서도 “현지화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전기차업체 'EU 관세폭탄'에도 흔들림 없어, 시장지배력 더 커질 수도

▲ 행인들이 13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니오의 전기차 전시장 옆을 지나쳐 가고 있다. 니오는 유럽에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독일 등 국가들에 모두 30여 곳의 배터리 교환소도 설치했다. <연합뉴스>

유럽이 2023년 10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을 상대로 불법 보조금 조사에 나섰을 때부터 관세 인상이 예고돼 미리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해 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의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알릭스 파트너스의 이차오 장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반적인 방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 오는 7월4일부터 최대 38.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은 저가형 차량이 쏟아져 현지 기업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다. 

이에 중국 전기차가 유럽에서 판매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고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의 확대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게 유럽은 중요한 수출지다. 다른 대형 시장인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관세 부과 전인 2023년 48만2천 대의 순수전기차(BEV)가 유럽으로 수출됐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 수출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이조차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중국 내수 시장은 전기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만만치 않다. BYD와 니오는 중국에서 일부 모델의 한 대당 판매 수익률이 심지어 유럽보다도 낮게 잡힌다. 안방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져 수출 활로를 뚫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 유럽 시장이 절실하다. 

유럽연합에서 부과한 관세가 전기차 수입을 막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BYD 주가는 관세 소식이 나온 직후 9% 가까이 급등했다. 유럽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기업 경쟁력이 깎이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관세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보일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금융분석매체 모닝스타의 분석가 비센트 선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판매를 둔화시키겠지만 유럽의 잠재 고객들에 중국 전기차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