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저가 공세에 유럽 전기차 반격, ‘2만 유로’ 신차 출격 이어진다

▲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에 위치한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제조 공장에서 2022년 4월26일 한 작업자가 최종 생산된 ID 차량의 내부 마감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한화로 3천만 원 이하 가격대의 대중적 전기차 출시를 각각 예고하며 중국 BYD의 가격 공세에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중국산 수입 차량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워낙 원가 경쟁력이 막강해 저가형 차량을 직접 출시해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폴크스바겐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2만 유로(약 2960만 원) 가격대의 신형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이 차량에 ID.1 이라는 임시 이름을 붙인 뒤 우선 유럽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BYD가 폴크스바겐의 안방 시장인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폴크스바겐이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저가형 모델을 내놓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스텔란티스는 오는 9월부터 2만 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T03와 C10등 새 전기차를 출시한다. 

스텔란티스가 판매를 예고한 차량은 심지어 중국 파트너사인 립모터(Leapmotor)가 이미 중국에서 출시한 차종이다. 

스텔란티스는 시간을 들여 중저가 차량을 자체 개발하는 대신 파트너사의 차량을 바로 들여와 팔 정도로 치열한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차량 출시 발표회를 통해 “우리는 2만 유로 가격대를 중국 경쟁업체에 내줄 생각이 없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 외에도 르노와 시트로엥이 각각 트윙고와 C3라는 제품명으로 2만 유로 가격대의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BYD 저가 공세에 유럽 전기차 반격, ‘2만 유로’ 신차 출격 이어진다

▲ 4월10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BYD 대리점에 전기차 시걸이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중국 BYD의 유럽 시장 공략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BYD는 배터리 광물 채굴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저렴하게 제조해 유럽 수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BYD는 유럽이나 미국 제조사보다 30% 이상 원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에는 1만 달러 가격대 전기차인 시걸(Seagull)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유럽에서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있어 정말 저렴한 전기차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럽 소비자들의 평균 임금 수준에 맞는 차량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은 중국 제조업체”라고 보도했다. 

중국발 수출 공세가 거세다 보니 유럽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BYD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과잉 생산으로 남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은 높은 관세율로 수출이 어려워 유럽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어서다.

유럽연합은 일단 미국처럼 고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두고 작년 10월 조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7월 추가 관세 부과를 포함한 대책을 구체화할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관세가 중국의 전기차 수출 공세를 막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 조사업체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55% 정도로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 

이는 유럽에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중국이 유럽산 물품들에 보복관세 등 대응조치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보복관세가 책정되면 중국으로 고급 세단을 수출하는 유럽 기업인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BYD가 관세율 인상에도 유럽시장 진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미 BYD는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 이미 2곳의 전기차 생산공장 신설 계획을 논의하며 수입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안을 마련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기대기보다 중저가 차량을 직접 출시해 중국 업체들에 직접 맞서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 또한 전기차 버전의 캐스퍼 미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올해 3분기 유럽에 내놓을 것으로 보여 유럽 시장에서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 각축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HSBC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 940만 대까지 증가한다고 전망한 보고서에서 “전기차 전환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이라고 짚으며 유럽과 중국 기업들 사이 중저가 차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