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공공기관장 인사 주춤, 선거 뒤에 '큰 장' 펼쳐진다

▲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란 제22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입후보안내 설명회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4·10 총선을 앞두고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는 정치 일정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선거를 진행하며 공천탈락자, 낙선자 등이 가려져야 인선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는 20여 곳이 넘는다.

주요 공기업을 살펴보면 강원랜드가 이삼걸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1일 사퇴한 이후 최철규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김장실 전 사장이 올해 1월9일 사퇴한 이후 서영충 사장직무대행이 이끌고 있다.

이 두 곳은 사장 없이 대행 체제로 기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경영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랜드는 복합리조트 경쟁력 강화특위를 발족했고 관광공사는 한류콘텐츠와 e스포츠 등을 활용한 대규모 외래객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대한석탄공사도 원경환 전 사장이 1월에 직무정지 처분을 받음에 따라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기관장 공석은 아니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거나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 임기가 만료된 기존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 역시 20여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에서는 주택금융공사 최준우 사장이 4일로, 보험연수원 민병두 원장이 1월19일에 각각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자 인선과 관련해 제대로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임기 만료 등에 맞춰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은 대체로 정치권 인사인 경우가 많다.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 행사가 열리면 거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광공사 사장을 맡았던 김장실 전 사장은 이번 총선을 위해 사퇴한 대표적 사례다.

김장실 전 사장은 관광공사 사장 취임 1년3개월 만에 사퇴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남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김장실 전 사장은 제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장 총선과 관련해 구체적 움직임은 없으나 민병두 전 보험연수원 원장, 이삼걸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역시 정치인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주로 기관장을 맡는 금융권 공공기관처럼 기관장 개인이 직접 정치와 관련이 없더라도 후보군 사이 교통 정리가 마무리돼야 인선 작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총선을 거치면서 공천 탈락자 혹은 낙선자가 가려져야 후보자를 추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총선이 끝나더라도 원 구성 등 정치권 일정을 고려하면 본격적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는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는 총선에 더해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장이 많아 하반기 기관장 인사에서 ‘큰 장’이 서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들은 기관장 임기가 총선 전후로 줄줄이 만료된다.

한국전력공사 산하의 5대 발전사를 보면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 등 5명이 모두 4월25일로 임기를 마친다.

그밖에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김장현 한전KDN 사장이 3~4월 중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5~6월에는 조용돈 가스기술공사 사장, 김성암 한국전력기술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홍연 한전KPS 사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된다.

다른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을 보면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3월에, 유정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과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5월 중에 임기를 마친다.

알리오 정보를 종합해 보면 올해 안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은 150여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