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이 재건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 등을 단축시키며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에 주민들이 호응을 하는 모양입니다.
 
[백브리핑] 재개발 리모델링엔 없는 초과이익 환수, 왜 재건축에만 있을까요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의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월27일부터 재건축아파트를 장기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 초과이익 부담금을 최대 70%까지 감면해주는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법률 개정안’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재건축사업에 큰 부담으로 여겨지는 초과이익 부담금이 줄어들면서서 재건축 추진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규제가 완화됐다 해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향한 조합의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애초부터 있어야 할 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비사업은 크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적용을 받는 재개발, 재건축과 주택법을 따르는 리모델링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각 정비사업 방법에 따라 규정과 적용받는 법이 다르긴 하지만 모두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유독 ‘재건축’사업에만 초과이익환수제가 존재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정법에 제2조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반면 재개발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상업지역·공업지역 등 도시기능 회복 및 상권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차이가 보이시나요? 재건축사업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사익’적 측면이 강하다면 재개발사업은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려는 ‘공익’ 목적이 강합니다. 

이에 사업을 추진하는 절차도 약간 다릅니다. 1·10대책에 따라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됐지만 재건축사업은 ‘안전진단’이라는 첫 관문이 존재합니다. 굳이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었던 셈이죠. 

재개발사업은 안전진단 절차가 없고 지역이 얼마나 낙후됐는지가 중요합니다.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이상이 오래된 불량건축물이거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조활동이 어려운 지역도 재개발사업 대상지가 됩니다. 

재개발사업은 공익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주거이전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고 오랫동안 장사를 하던 상가 세입자에게도 영업보상비를 지원해주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재건축사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취지를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일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재건축사업을 통해 사익을 얻는 만큼 사업에서 나오는 초과수익의 일부를 도심혼잡, 과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법령에 따라 부과·징수된 부담금의 50%는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되고 나머지 50%는 국가에 귀속됩니다. 

정부는 주거복지실태 등을 평가해 이를 다시 전국 지자체에 전액 배분되며 이를 배분받은 지자체는 정비사업 추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건설 및 관리, 주택개량 지원, 기반시설 설치 등에 활용합니다.

하지만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초과이익환수제가 미실현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인데다 이미 임대주택, 기부채납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백브리핑] 재개발 리모델링엔 없는 초과이익 환수, 왜 재건축에만 있을까요

▲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의도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초과이익에 관한 부담을 낮췄지만 제도 존재 자체에 관한 불만이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애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탄생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제도는 2005년 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뒤부터 치열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2006년 5월 법안이 강행처리됐다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일몰했고 2018년 1월1일부터 다시 시행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2012년 9월 17억2천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받은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2014년 9월 헌법재판소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27일 초과이익환수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환수조항 등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점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은 사업목적과 대상, 구체적 사업 시행방식 및 절차 개발이익의 환수 정도가 달라 헌법적으로 의미 있는 비교 집단이 될 수 없는 점 △재건축조합에 어떤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점 등이 담겼습니다. 

그렇다면 주택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공공기여를 하지 않고도 세대수를 늘릴 수 있고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도 없는 리모델링은 왜 주민들의 선호도가 낮을까요?

리모델링사업은 기존 골조(뼈대)를 유지하면서 주택을 새로 짓는 만큼 재건축을 통해 탄생한 단지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즉 미래가치인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놓고 보면 재건축사업을 통해 탄생한 아파트가 리모델링 아파트보다 더 낫다는 거죠.

또한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따라 기존 세대수의 세대 수 증가폭이 15% 이내, 수직 증축은 3개 층 이내로 제한적이라 사업성이 재건축보다 낮다고 평가받습니다. 

현행 규정상 세대 사이 내력벽을 철거할 수 없기에 다양한 설계를 하지 못하는 점도 리모델링의 매력이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최근 신축아파트는 4베이(Bay) 설계가 적용되는데 리모델링은 입주민이 선호하는 4베이 설계를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야 좌우 확장을 통해 베이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정부가 노후계획특별도시 특별법 대상지역을 넓히는 등 재건축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어 앞으로 재건축사업이 활발히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