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초고령화가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수급자 급증으로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늘고 있다. 부부기준 노년 월 기대 소득 평균치는 300만 원 이상이다. 공적연금이 흔들리며 개인연금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죽을때까지 월 300만 원’을 향한 면밀한 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신년기획으로 100세 시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계획'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② 국민연금만 쳐다보는 한국인, 사실상 세금 될 판
③ 다가오는 연금 고갈, 여야 정쟁에 개혁 시기는 오리무중
④ 낮아진 기대에 사적연금마저 깬다, 100세 시대 인프라 흔들
⑤ 청년층에 노후대비는 먼 이야기, 필요성 알지만 현실이 먼저
⑥ 치솟는 노후비용, 사적연금 준비 빠르고 많을수록 좋다
⑦ '연금탑' 이제 필수, 디폴트옵션 연금저축 ISA 최대한 활용을
⑧ [인터뷰]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⑨ [인터뷰]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노후, 길을 묻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 고령화와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노후 리스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 시대가 맞물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노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실효성이 나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적연금 외에 개인적 준비가 없다면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1일 KB금융 경영연구소가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해 발간하는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한 달 생활비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노후 ‘적정생활비’는 가구 기준 월 369만 원으로 집계됐다. 적정생활비는 기초생활 외에 여행과 여가활동, 손자손녀 용돈 등을 줄 수 있는 비용을 포함한다.

노년기 기본적 의식주 해결을 위한 비용인 ‘최소생활비’는 월 251만 원으로 나타났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KB골든라이프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 보고서를 보면 2017년과 2018년 적정생활비는 각각 251만 원과 263만 원, 최소생활비는 각각 177만 원과 184만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적정생활비와 최소생활비가 각각 40%와 36% 늘어난 것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대에서 70대 남녀 3천 명(2017년은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만큼 대표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시대를 야기한 높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서 적정생활비와 최소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노후, 길을 묻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 2023년 12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료 점심식사를 하려는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유튜브 콘텐츠 등을 찾아보면 몇 년 전 ‘노후에 한 달 300만 원 현금 흐름 만들기’에서 최근 들어 노후 생활비를 한 달에 500만 원으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개인적 준비가 없다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만으로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한 달에 국민연금을 60만 원 미만으로 받는 비중은 73.8%에 이른다. 100만 원 이상 받는 이들의 비중은 10.5%에 그친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을 100만 원 이상 받는다 해도 합산 금액이 200만 원 가량에 불과해 2023년 최소생활비 월 251만 원에도 못 미친다.

국민연금이 노후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셈인데 향후 국민연금의 실효성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초고령화 사회와 저출산 시대가 맞물려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연말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3년 10월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8904명으로 1년 전보다 8.4% 줄었다. 1981년 월간 통계가 작성된 이래 10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10월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3.4% 늘면서 국내 인구 수는 2019년 11월부터 48개월 연속 자연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신생아 수 감소는 고령화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 길을 묻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 저출산으로 국내 인구 수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8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2023년 12월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일부 요람이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4%로 집계됐다. 2년 전 발표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서 202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5.7%로 집계됐는데 2년 사이 1.7%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약 20년 뒤인 204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34.3%에 이르러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인구구조의 변화 흐름 상 어떤 식으로든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국민연금의 개혁이 일어날 가능성 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개인적 노후 준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이다. 남자가 79.9년, 여자가 85.6년인데 현재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의 기대수명은 이보다 조금 짧다 하더라도 60세 은퇴 이후 적어도 15년 이상 스스로 살아갈 대비를 해야 한다.

60세 은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조금 더 일찍 잃는다면 일 없이 보내야 하는 노년의 삶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도 노후 준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낸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노후준비 현황조사’ 보고서에서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공적 사적 다층연금보장제도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을 세대임에도 낮은 자산유동성과 노후 소득원 부족으로 노후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나 현재 50대 초반 가장으로 현재 가정의 생계와 가족 부양을 책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4층 연금체계를 알맞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세 차례 연속 KB골든라이프보고서 작성을 이끈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사는 “기대 수명 연장, 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 변화, 가구 유형 다양화 등으로 맞춤형 노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노년기에도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수요가 늘고 있어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변화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