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디스플레이 기술력 갖춰 삼성 LG 위협, FT "한국 도움 덕분" 평가

▲ 중국 BOE가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을 탈취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한국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BOE 디스플레이 제품 전시장 이미지. < BOE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OE가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기술을 흡수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하게 된 것은 결국 한국의 '도움' 덕분이라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BOE가 과거에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까지 기술 탈취를 시도한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논평을 내고 “한국은 기술 혁신으로 이름난 국가지만 그 비결 가운데 일부는 다른 곳에서 개발한 기술을 흡수하는 능력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요 산업이 지난 50년 동안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통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지금 정반대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으로부터 디스플레이와 같은 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를 상대로 삼성의 기술이 활용된 디스플레이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특허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BOE가 무단으로 삼성의 기술을 탈취해 디스플레이 개발 및 생산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BOE를 TV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두고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BOE와 적대적 관계에 놓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였던 톱텍 임원이 중국에 기술 유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사례도 제시하며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중국이 2003년부터 이러한 의도를 보이고 있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BOE가 당시 현대그룹 디스플레이 계열사였던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LCD 핵심 기술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BOE가 고사양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리를 위협하게 된 이유는 결국 한국이 처음부터 중국을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BOE는 최근 중국 청두에 90억 달러(약 11조8천억 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첨단 올레드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아직 고사양 올레드 시장에서 BOE에 우위를 갖추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지위를 오래 유지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계속되는 기술 탈취 시도와 막대한 생산 투자가 결국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부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내수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물량도 상당한 수준이라 공장 가동률 부진과 같은 변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과거 일본 LCD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을 무너뜨린 사례가 올레드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막는 데 집중하는 한편 기술력에서 격차를 벌리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은 디스플레이를 반도체와 함께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BOE의 하이디스 인수에 따른 값비싼 비용을 여전히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