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급격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아 EV3 콘셉트카, 현대차 캐스퍼, 기아 EV4 콘셉트카, 현대차 콘셉트카 '세븐'.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기세가 급격히 꺾이자 대규모 할인을 실시하며 판매량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판매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빠른 성장세를 보여 온 국내 전기차 시장이 올해 정체를 넘어 역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센터 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국내에서 전기차는 모두 13만356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6.4% 뒷걸음쳤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63.8%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격한 침체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11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에 최대 700만 원에 이르는 대규모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전기차 수요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현대차그룹의 안마당이라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중장기 전기차 전략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현대차그룹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시장이자 현재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대부분이 만들어지는 생산 허브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의 첫 해외 대규모 전기차 생산기지인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은 내년 연말이 돼야 가동을 시작한다.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톱3'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기차 대중화의 시작점이 될 내년에 새로 내놓는 전기차 신차들이 국내에서부터 성공을 거둬야 그 뒤 전기차 관련 신차개발 및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내년부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찻값을 깎아주는 수세적 전략을 벗어나 잇달아 기존에 없던 전기차 신차를 국내 시장에 내놓고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는 현재 EV6, EV9 단 2차종에 그치는 전용전기차 라인업에 더해 내년까지 낮은 가격대의 전용전기차 2종을 추가해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이끌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10월 '기아 EV 데이'에서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여전히 얼리 어댑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 중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중화시대로 가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원인은 높은 가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EV3, EV4, EV5 등 중소형 모델의 경우 3만5천~5만 달러(약 4500~6500만 원) 가격에 출시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우려에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기아는 내년 상반기 EV3를, 내년 연말 EV4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EV3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EV3 콘셉트카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기아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첫 전용전기차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V5를 시작가격 14만9800위안(약 2700만 원)에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지난 8월 EV5 최초 공개 당시 예고한 가격보다 1만 위안(180만 원)을 낮춰잡은 것이다.

EV5는 국내에선 광주1공장에서 생산해 2025년 상반기 출시된다. 송 사장이 높은 가격을 전기차 시장이 정체된 원인으로 짚은 만큼 기아는 EV5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10월 EV4와 EV3 콘셉트카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는데 이는 실제 양산 차량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시장 반응을 가늠하는 순수 콘셉트카는 거의 만들지 않고 있는 데다 EV3와 EV4 출시에 불과 6개월, 1년 앞선 시점에서 공개한 콘셉트카인 만큼 이를 실차 디자인으로 봐도 무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소형 전기 SUV EV3 콘셉트카는 기아가 얼리어댑터를 겨냥해 혁신 디자인을 집약한 차량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EV4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EV4 콘셉트카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전면부는 깨끗하고 볼륨감 있는 차체 면에 패밀리룩을 입혔고 후면부엔 볼륨감 있는 테일게이트에 전면부와 통일감을 주는 스타맵 시그니처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 계획을 세운 EV4에는 기아의 첫 세단 전기차다. 기아가 추구하는 차세대 전동화 세단의 방향성을 담았다고 한다.

EV4 콘셉트카는 전면부 낮은 후드와 측면부 루프(차 지붕)에서 트렁크 끝단까지 낮게 떨어지는 긴 테일 실루엣이 세단 전기차로서 다른 전기차 라인업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후면부엔 세단에서 보기 드문 독창적 형상의 루프 스포일러와 수직 방향의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현대차는 내년에 기존에 없던 준대형과 경형 차급에 전기차 신차를 내놓고 풀라인업으로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7을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콘셉트카 '세븐'. <현대차>

최근 글로벌 곳곳에서 위장막을 뒤집어쓴 아이오닉7 테스트카가 포착되고 있는데 EV3, EV4와는 달리 램프 디자인 등에서 콘셉트카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이오닉7의 콘셉트카 '세븐'은 2021년 11월 LA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돼 이미 2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오닉7은 EV9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로 성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진 EV9과 달리 유선형 디자인을 입고 있고 출시 시점이 더 늦은 만큼 99.8kWh(킬로와트시) 용량의 같은 배터리를 달았지만 주행거리를 더욱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브랜드 최초의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 전기차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이달 초 캐스퍼 전기차 생산라인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인데 내년 상반기엔 시험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캐스퍼 전기차 역시 유럽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위장막 차량 스파이샷이 외신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데 이를 보면 디자인에선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둔화기에도 공세적 전략, 저가 신차로 대중화 앞당긴다

▲ 현대차 캐스퍼. <현대차>

캐스퍼는 기아 레이 이후 국내 경차 시장에서 10년 만인 2021년 9월 단비처럼 등장한 국내 첫 경형 SUV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끌며 경차 시장 부활의 신호탄을 쏜 차량이다. 

캐스퍼 출시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에서 경차는 13만4029대가 팔리며 2019년 이후 3년 만에 10만 대 판매를 회복했다.

내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이 차질없이 완료되면 기존 10종이었던 전기차 라인업이 14종으로 늘게 된다. 특히 EV6, EV9, 아이오닉6, 아이오닉5로 구성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제외)의 전용전기차 라인업은 7종으로 크게 확대된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에 각 브랜드의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의 첫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공격적 전기차 신차 출시가 내년 국내 전기차 전환의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송 사장은 EV데이에서 "EV9과 EV6에 적용한 첨단 전기차(EV) 기술과 친환경 소재, 대담한 디자인, 직관적 서비스를 앞으로 출시할 EV 모델로 확대해 가능한 한 많은 고객에게 기아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