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난 보수당 소속이지만 진보당 성향으로 불려" "대선 출마? 알 수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국 주간지 타임(Times)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문화관광 비전과 약자동행 정책 등을 소개했다.

다만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 전장연 시위 등을 두고는 '법적 대응'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타임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최근 기후대응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아담스 시장은 ‘공화 민주당원(Republican Democrat)’ 시장으로 불리고 나도 보수당 소속이지만 진보당(Democratic) 성향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우리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편다는 점도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월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운영위원 회의와 9월20일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 도시세션 참석 등 6박8일 간의 북미 출장을 마치고 타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타임은 오 시장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일조권 소송으로 이름을 알린 변호사 출신으로 소개했다. 오 시장이 서울을 오징어게임, 블랭핑크, 기생충 등 ‘K-컬쳐’의 수혜를 입은 운 좋은 곳이 아닌 국제기업의 허브이자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오 시장은 인터뷰에서 ‘3377’이라는 서울시의 관광 전략을 제시했다. 3천만 명의 관광객이 3백만 원을 쓰고 7일간 머무른 뒤 70%가 재방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관광 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K 컬쳐’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서울을 방문하고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을 기업친화적 도시로 만들기 위한 요소로는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관용(tolerance) 세 가지를 꼽으면서 서울이 이미 스마트시티로 알려져 있고 54개 대학에서 풍부한 인재를 배출하며 외국인에게 개방적 마음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세금 감면과 스타트업 친화적 시스템 구축은 당연하다"며 "도시자체를 매력 있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스스로 와서 살고 돈을 벌고 즐기고 싶어하는 진정한 친기업 도시가 된다"고 바라봤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모일 때 사고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CCTV를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에 15만 대 CCTV를 보유하고 있고 여성들이 늦은 밤 혼자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도시라고도 강조했다.

참사와 관련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현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이며 경찰과 소방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고 답변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설치한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 벌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는 "협의를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현행법상 불법이라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유가족과 소통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Going together with a socially neglected)’ 정책을 두고는 "나라가 잘 살게 될 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진다"며 "모두가 함께 번영하도록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시장은 그 예시로 서울런(Seoul Learn)을 들면서 하위 25% 가정에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대학교 학생과 멘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런 참가자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대부분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성과도 전했다.

약자와 동행한다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비판한다는 지적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오 시장은 "1년 반 동안 90회 이상 지하철을 막았기 때문에 가혹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생계를 위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최선의 이익과 시위에 따른 혼란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시위를 금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장애인 이동권 요구에 맞춰 모빌리티 개선 사업을 내놨음에도 전장연이 서울시 주관이 아닌 정부 예산 증액을 촉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타임은 오 시장이 주민들에게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도록 권장하고 재활용 목표를 높이는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데에도 주목했다.

오 시장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로 2026년까지 재활용률을 80%까지 늘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배달음식을 지목했다. 서울시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1~2인 가구가 플라스틱 용기에 든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 시장은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미국 핵우산과 한미동맹을 신뢰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4년마다 교체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모든 국가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인지 질문받자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 대통령은 4년마다 바뀌고 한국은 한국을 100프로 지켜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4선이지만 시정을 운영한 기간은 10년 남짓"이라며 "서울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프로젝트가 있다"고 당분간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