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윤송이 엔씨소프트 CSO가 참여한 AI핀테크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엔씨소프트의 AI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하면서 AI기업으로 간다는 종래의 비전을 밀어붙이고 있어 김 대표로서는 성과를 내는 일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김택진 윤송이 AI핀테크 투자 실패, 엔씨소프트 자체 AI 개발 전략 밀어붙인다

▲ 엔씨소프트의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


23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AI핀테크 사업 실패가 엔씨소프트의 전략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일부 경영상의 실패가 있었지만 AI기업으로 가려는 엔씨소프트의 의지는 굳건하다"며 "AI 활용방안으로 주로 게임개발 분야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디셈버앤컴퍼니를 설립해 인공지능이 투자자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핀트' 서비스를 내놨다. 디셈버앤컴퍼니는 핀트 고객확보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집행으로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디셈버앤컴퍼니 지분은 김택진 대표가 36.0%, 윤송이 CSO가 25.4%, 엔씨소프트가 16.7%를 보유했는데 현재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CSO 소유의 지분 61.4%을 사모펀드 포레스트파트너스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사모펀드 측이 결손금을 책임지는 대신 매각가를 대폭 낮춰 거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대표 부부의 이번 지분 매각이 엔씨소프트의 AI 관련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8월 예정대로 자체 LLM 바르코를 출시해 공개했다. 바르코를 살펴보면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을 개발에 게임개발에 활용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르코 브랜드로 운영되는 여러 LLM 관련 서비스 가운데는 생성 AI 플랫폼 바르코스튜디오도 있다. 바르코스튜디오는 게임개발에 필요한 각 단계를 자동화해 개발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서비스다. 게임개발에 LLM을 적용하면 대본작성과 캐릭터 디자인 등 개발의 일부분을 자동화하고 더 정교한 NPC를 배치해 게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일도 가능하다.

바르코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개발사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게임엔진기업, 게임플랫폼(ESD)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리니지 이후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에 계속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뒤를 이을 만한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실적이 하향하는 추세다. 2023년 들어 두 분기 동안 2023년 1~2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는 연결기준으로 2023년 1분기 매출 4788억 원, 영업이익 816억 원을 내 전년동기보다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67% 줄었다. 2분기는 매출 4402억 원 영업이익 353억 원을 내 전년동기보다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71% 줄었다.

김택진 대표로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자원을 쏟아부은 인공지능에서 하루빨리 성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윤송이 CSO를 주축으로 AI 센터를 세워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왔으며 점차 투자를 늘려왔다. 2022년 4730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집행했는데 이중 적지 않은 부분이 AI 연구에 집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씨소프트 AI센터에서 왠만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상회하는 300여 명 전문 인력이 기술 및 사업분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윤송이 AI핀테크 투자 실패, 엔씨소프트 자체 AI 개발 전략 밀어붙인다

▲ 디셈버앤컴퍼니는 인공지능이 투자자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핀트' 서비스를 내놨는데 과도한 마케팅 비용집행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CSO는 여기서 얻은 기술을 게임 뿐만 아니라 금융과 모빌리티,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그렸다. 그 중 하나가 디셈버앤컴퍼니였는데 사실상 실패로 끝난 셈이다. 

엔씨소프트가 추구하고 있는 자체 LLM 전략도 IT업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초거대인공지능, 거대언어모델 등으로 부르는 LLM은 학습언어모델의 매개변수를 일정규모 이상으로 늘리면 사람과 소통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원리를 이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전 세계 기업들은 이 LLM이 사람의 업무를 돕고 장기적으로는 인간 직원을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며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정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체 LLM을 구축하느냐 아니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테크기업이 만든 생태계에 올라타느냐 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우선 영어 기반 서비스들이 한국어와 맞지 않고, 때로는 특정 산업에 어울리지 않아 기업의 입맛에 맞는 LLM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 국내통신사들이 국내 범용수요를 노린 LLM을 개발하고 쏘카, 하나은행 등이 특정분야 수요를 겨냥한 자체 LLM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자체 LLM을 개발해 거대 테크기업들과 경쟁하기 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에서 응용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본다. 엔씨소프트와 다르게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이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