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운임 하락세에 HMM 실적 경고등, 김경배 '매각 외줄타기’ 아슬아슬

▲ HMM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는 실적과 주가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2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해운운임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HMM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실적과 주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데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따라 HMM의 2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셋째 주 931.3포인트로 2주 사이에 9.5% 빠졌다. 

지난달까지 1천 포인트 안팎에서 형성됐던 SCFI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해운업계의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올해 2분기 연결실적 추정치로 매출 2조1311억 원, 영업익 2653억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57.6% 영업이익은 91.4% 각각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에 따라 운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부터 2년 동안 컨테이너 선박 공급량이 8% 이상 증가하는 반면 화물 수요 증가량은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운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에 따라 감속운항을 통해 공급을 줄이고 연료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운임 약세 전망이 나오면서 HMM 매각의 셈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HMM은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4월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쳤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매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김 사장으로서는 이익 시현을 통해 매물로서 HMM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운임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이익 시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해운선사의 실적은 대부분 운임수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의 사업구조 다각화 역시 김 사장이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HMM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뛰어들며 매각 가격으로 3천억 원을 써냈는데 이에 무산을 점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현대LNG해운을 인수하기 위해 4천억 원을 투입했던 만큼 3천억 원 수준으로는 원금 회수는커녕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이는 김 대표에게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다. LNG운반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기회가 놓쳐버려서다. HMM은 당분간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컨테이너선 운임 추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HMM에 대한 실적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분기별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를 살펴보면 2분기(4월 첫 째주~6월 셋째 주)평균은 992포인트로 1분기 968.8포인트보다 높은 수준이다.

HMM은 1분기 운임 수준에서도 준수한 이익체력을 입증한 바 있다. HMM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16억 원, 영업이익 3069억 원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했다.
 
해운운임 하락세에 HMM 실적 경고등, 김경배 '매각 외줄타기’ 아슬아슬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해운운임 하락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추진한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의 운임수준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도 여겨지는 대목이다.

물론 호실적을 낸다고 해서 매각이 물 흐르듯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HMM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오히려 매각 후보군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종가기준으로 HMM의 시가총액은 9조4천억 원대이다. 매각 대상 지분의 산술적 가치는 약 3조7천억 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HMM의 지분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기업은 한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 않다.

매각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하는 김 시장으로서는 주가부양보다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15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HMM 소액주주들이 김 사장을 향해 불만이 터뜨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서 김 사장은  1일 HMM 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의지를 보였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HMM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9일 HMM 본사에서 집회를 가지고 김 사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HMM 시가총액이 8조~9조 원대로 보유현금(14조 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HMM 경영진이 회사를 헐 값에 매각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