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금융공공기관들의 긴장감도 커진다.

정부에서 계획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금융공공기관들은 산업은행 다음 지방이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확대 조짐, 산은 다음 대상 금융공공기관 좌불안석

▲ 정부가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금융공공기관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과 더불어 공공기관 유치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금융공공기관들이 야당을 이전을 막기 위한 우군으로 두기 힘들 수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까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선정기준과 입지 원칙 등을 담은 기본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이전 작업에 들어간다.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방으로 옮겨갈 공공기관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360곳이 이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올해 4월 김복환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은 500곳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에 의지를 보이면서 각 지역의 유치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 특성상 중소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유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도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을 지역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산하기관인 부산연구원을 통해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이 부산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정책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공약에 따라 한국은행 본점을 춘천시에 유치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꾸준히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그동안 이전 문제에서 비켜서 있던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도 산업은행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4일 산업은행 노조의 기자회견장에서 기자와 만나 “결국에는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산업은행처럼 다른 공공기관도 이전 타당성 조사 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서 내려보낼 것이다”고 내다봤다.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됐을 때 민주당이 더 이상 금융공공기관들의 우군이 되기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이들 기관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의 산업은행 이전 강행에 대해 금융공공기관들과 함께 반발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이전계획이 본격화된다면 지역 표심을 고려해 이들 기관을 유치하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에서 총선 표몰이를 위해 산업은행을 무리하게 꼼수 이전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전라북도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라북도를 제3금융중심지를 지정하게 되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관들의 추가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발언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 이후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금융공공기관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에 대응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공공기관 이전의 신호탄이 된 산업은행의 이전을 막아내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총파업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합법적 총파업은 물론 이 사태의 시초를 만든 윤석열 정권 퇴진과 이전을 추진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통해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형선 위원장은 “이전 공공기관이 더 포함된다면 금융산업에 대한 고민이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싸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