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 본격화, 최윤호 LG엔솔 SK온 추격 시동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증설 경쟁 대열에 들어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증설 경쟁 대열에 들어섰다.

삼성SDI는 국내 경쟁사들과 비교해 증설 속도가 다소 더디지만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을 통해 내실을 갖춰 놓은 만큼 미국시장 진출을 계기로 선두권 경쟁자들을 추격하는 데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0일 삼성SDI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며 신설 공장의 생산능력과 투자규모를 조율하기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삼성SDI는 두 회사가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이상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미국에 설립하기로 했다고 공시하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2021년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25억 달러(약3조3천억 원)을 투자해 연산 23GWh 규모 배터리 셀·모듈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가동 목표시점은 2025년이다. 

삼성SDI가 GM과 합작공장을 지으면 미국 내 2번째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삼성SDI의 합작공장 설립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 연산 23GWh, 2026년 연산 53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조 단위 투자를 통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삼성SDI의 증설 속도나 규모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시간에 연산 20GWh 규모 단독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GM과 합작공장(연산 45GWh)도 운영 중이다. 이미 연간 65GWh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다.

게다가 올해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을 추가로 가동하는 데 이어 2024년 캐나다에 짓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연산 45GWh), 2025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연산 43GWh), 오하이오의 혼다와 합작공장(연산 40GWh), 미시간의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 등을 가동할 예정이다. 

2025년 연산 300GWh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SK온도 이미 조지아의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공개된 추가 증설 계획을 반영하면 2025년 약 190GWh 생산능력이 더해져 210GWh가 된다.

삼성SDI로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제혜택을 뒤늦게 받게 되는 것도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이미 미국 내에 가동을 시작하며 세제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반해 삼성SDI는 2025년 미국에 짓는 합작공장이 최초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년 뒤에야 세제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SDI가 증설을 서두르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공을 들여왔던 만큼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선두 주자들을 급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윤호 사장은 2022년 삼성SDI 사령탑을 맡은 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질적 성장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양적 팽창보다는 기술 경쟁력, 품질, 수익성 등의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2021년 12월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뒤 직원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난도가 계속 높아지는 배터리와 소재산업에서는 질적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7월 삼성SDI 52년 창립기념식에서는 “글로벌 톱티어가 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경쟁력’과 ‘최고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 등 3가지 경영방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최 사장 취임 뒤 삼성SDI는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며 양적팽창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서도 질적성장 전략을 묵묵히 이어왔다. 고부가가치 제품 ‘젠5’ 판매 확대를 통해 외형성장과 수익성 모두 충족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실제 성과로 연결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매출 20조1241억 원, 영업이익 1조8080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매출은 48.5%, 영업이익은 67.4%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영업이익률은 9.0%로 국내 배터리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4.7%를 크게 웃돈다.

삼성SDI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LG에너지솔루션(1조2137억 원)보다도 6천억 원 정도 많다. SK온은 아직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며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향후 공격적 증설에 나설 투자체력은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배터리시장에서 제품의 화학구성(케미스트리)이나 형태(폼팩터) 측면에서 대세가 정해지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발 뒤에서 상황을 관망한 뒤 투자 판단을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 사장은 증설에서는 다소 보수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 반해 기술개발에는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상하이에 연구시설인 'SDI R&D 차이나(SDIRC)'를 설립했다. 중국의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특화 기술 확보 및 업체 동향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 한편, 연구소 내 배터리 소재검증 랩(연구실)을 구축해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저가 소재 등의 발굴과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글로벌 R&D 연구소 설립은 지역별로 특화된 글로벌 기술 역량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차세대배터리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차세대배터리로 거론되는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에 경쟁사들보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전고체배터리 시험 라인을 갖추고 있다. 

전고체배터리 양산 목표시점은 2027년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30년보다 3년 빠르다. 

이런 기술 중시 기조는 삼성SDI의 연구개발 투자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삼성SDI는 2017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을 늘리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평균 6%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4% 안팎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삼성SDI는 연구개발비용으로 1조763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5.4%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비용으로 매출 대비 3.4%인 8760억 원을 투입했다. 삼성SDI가 절대적 액수로도, 매출 대비 비율로도 연구개발에 더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다.

김찬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고체배터리, 46파이 등 다양한 옵션을 모색 중"이라며 "증설 확대 기조에 따라 수익성, 성장성, 기술력 모두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