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안전경영에 집중하며 한국도로공사에 덧씌여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한때 사망자가 가장 많은 발주처란 불명예를 얻었지만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건설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른 공공기관에 전파하는 등 안전관리에 선도적 기관으로 거듭나려 한다.
 
도로공사 건설현장 산재예방 성과, 함진규 '최대 사망 발주처' 딱지 뗀다

▲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오른쪽)이 2023년 2월14일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 위치한 순직직원 위령탑에 참배한 뒤 설명을 듣고 있다. 


27일 건설업계 및 공기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안전관리 방안으로 도입한 '안전신호등' 제도가 중대재해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신호등 사업은 건설 현장을 달마다 점검·자문하고 그 결과를 색상으로 표출해 실시간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확인·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다.

위험징후가 높은 현장은 적색, 보통인 현장은 황색, 낮은 현장은 녹색으로 안전관리시스템에 표출되고 적·황색 현장은 위험요인 제거, 미흡점 개선 등 별도의 안전관리를 한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2021년 3등급에서 2022년 2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다. 1등급을 받은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안전관리부문에서 최고수준이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안전신호등 시범사업을 통해 사고 사망자가 2021년 9명에서 지난해 3명으로 줄어든 점이 주효했다.

이번 심사결과가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반영되는 만큼 함진규 사장으로선 한국도로공사가 안전관리에 미흡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 2021년 연속으로 공기업 경영실적평가 재난 및 안전관리 부문에서 낙제점인 E0(매우 미흡)을 받았다.

2018년 6명, 2019년 6명, 2020년 4명, 2021년 5명의 산재사고가 이어지자 한국도로공사는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2020년 4분기엔 사망자가 가장 많은 발주청이란 불명예도 안았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함진규 사장은 2월 취임사에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사고에 취약한 도로시설물을 선제적으로 개선하고 재난사고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공관리로 현장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말하며 안전관리를 강조했다.

3월에는 경영방침을 수립하면서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내용을 첫머리에 내세웠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얼마전 함 사장을 비롯한 임원과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미래고속도로 중점과제 추진 TF를 출범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안전신호등 사업은 철도건설사업 현장으로 확대적용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26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토안전관리원과 '철도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신호등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철도건설현장에 안전신호등을 도입해 실시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함진규 사장은 한국도로공사의 발주를 시행할 민간 건설기업과 협력을 통해 안전교육 강화 및 산업재해 예방에도 공을 들인다.

한국도로공사는 26일 롯데건설, DL이앤씨, GS건설과 '민간·공공협력 안전교육 협의체' 출범식을 열었다. 연 2회 안전교육 협의체를 통해 안전교육 우수사례를 알리고 업무 담당자 사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기관별 안전체험교육시설을 상호 개방해 안전교육 콘텐츠를 공유한다. 

함 사장은 건설현장 사고 뿐만 아니라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5위 수준(2019년 기준 9위)까지 낮추기 위해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추진한다.

2018년 227명이었던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9년 176명으로 줄어든 후 2020년 179명, 2021년 171명, 2022년 156명 등 4년 연속 100명 대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은 2001년 252만 대에서 지난해 485만 대로 90% 이상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241곳에서 운영되는 졸음쉼터를 올해 4곳 더 늘리고 장거리 운행이 잦은 화물차 운전자를 위해 52곳에서 운영하는 화물차라운지도 3곳에 추가로 개소한다. 

이밖에 분기점 등에서 진입로를 안내하는 '노면 색깔유도선', 화물차 후미 추돌사고를 예방하는 '잠 깨우는 왕눈이 스티커' 등의 교통안전 대책도 시행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