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을 향한 재무 안정성과 관련한 경고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열사를 향한 자금 지원 등 당분간 지출해야 할 자금 규모가 크다. 그런 만큼 롯데케미칼의 재무 안정성은 내년 이후 이익창출력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돈 쓸 곳 많아 경고음, 업황회복과 일진머티리얼즈에 희망

▲ 올해 롯데케미칼은 연간 적자전환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공급과잉 해소에 따른 주력사업 실적 개선과 내년 3월 편입될 일진머티리얼즈의 높은 수익성에 희망을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주력인 석유화학사업 업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는데 기초 재료의 공급과잉이 점차 해소될 조짐이 나타나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또 내년 3월부터 자회사로 편입할 일진머티리얼즈는 롯데케미칼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8일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롯데케미칼은 연간 영업손실을 면하지 못하며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평균 전망치는 3871억 원이다. 지난 3년(2019~2021년) 평균 영업이익이 1조 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파도에 고스란히 휩쓸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천억 원,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인 라인 프로젝트에 5조 원 투자뿐 아니라 계열사 롯데건설을 향한 자금 지원(롯데정밀화학 포함 약 9천억 원) 등 당분간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이에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요평가)는 최근 일주일 사이 모두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현재 신용등급 AA+에서 한 단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들 신용도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번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 변경으로 그동안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산정에는 유사시 핵심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왔는데 롯데케미칼의 재무가 악화하면 자칫 다른 계열사로도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17일 롯데케미칼과 함께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의 등급전망을 모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등급전망이 낮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1~2년 동안의 재무 상태를 확인해 신용등급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 등급전망을 내려 잡으면서 그 이유로 올해 부진한 실적을 가장 먼저 짚었다. 예정된 투자 및 지출 규모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내년 실적 반등이 롯데케미칼 재무안정성에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의 업황 회복에 관해서는 부정과 긍정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부정적 래깅효과 탓에 영업손실 4239억 원을 기록했다. 부정적 래깅효과는 납사(원유를 수입해 분별증류를 통해 여러 종류의 석유제품으로 만든 것)가격 안정화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단가는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았던 1~2개월 이전 구매한 납사를 제품 생산에 투입해 매출원가가 상승한 것을 말한다.

4분기를 지나면서 부정적 래깅효과는 사라지지만 근본적 업황 회복은 여전히 더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수요가 위축됐고 최대 시장인 중국이 고강도 방역 조치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기조 등을 고려하면 수요 회복에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석유화학의 기본 재료가 되는 에틸렌 공급과잉이 완화해 업황이 회복 국면으로 빠르게 돌아설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업황을 보면 2023년에는 신규 증설 규모가 500만 톤 이하로 최근 3년 연간 평균 1100만 톤을 크게 밑돈다”며 “이 증설량이 내년 글로벌 수요 회복 규모인 900만 톤 보다 낮은 만큼 과잉공급 덫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 회복이 예상된다면서 현재 실적 부진에도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기존 19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투자의견도 중립(HOLD)에서 매수(BUY)로 높여 잡았다.

내년 3월부터 편입될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업체 일진머티리얼즈의 실적 개선세도 롯데케미칼의 내년 실적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700억 원에서 2022년 900억 원, 2023년 1580억 원, 2024년 2250억 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 기준 연간 동박 생산능력 4만 톤을 보유했다. 말레이시아의 추가 증설 물량(2만 톤)이 본격 가동되는 4분기부터 연간 생산능력을 6만 톤으로 높아진다.

게다가 일진머티리얼즈 주요 생산거점인 말레이시아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하며 전기료 원가가 낮아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는 장점도 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는 3분기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한 말레이시아 법인의 수익성이 추가도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증설에서도 말레이시아 비중이 높아 가파른 영업이익 증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