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진태 한샘 대표집행임원이 한샘의 체질개선을 위한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택시장 거래가 크게 감소하면서 한샘의 주력 사업인 홈퍼니싱 부문을 비롯해 홈리모델링 부문의 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B2C) 실적도 계속해서 부진한데 김 대표는 가구 및 리모델링 상품 확대에 집중하며 혹한기를 버티고 있다.
 
한샘 주택거래절벽 장기화에 한숨, 김진태 '혹한기'에도 체질개선 투자

김진태 한샘 대표집행임원이 주택거래 빙하기에 따른 실적하락에도 투자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31일 한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실적 하락세에도 투자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한샘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가구판매 중심의 한샘몰과 시공상품판매 중심의 한샘닷컴을 통합한 플랫폼 출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구축되면 고객들은 매장 방문 없이도 온라인으로 리모델링 상담부터 견적, 계약을 모두 할 수 있게 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전략을 두고 "리모델링 부문은 이사 수요 위축과 무관한 거주 가구의 교체 수요를 대상으로 부분(슬림) 패키지 공략을 통해 매매 거래 위축과의 상관관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을 위해 올해 6월 IT부문 인력 채용을 실시하는 등 개발인력 확보와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또한 한샘의 투자는 품질 향상, 제품 개발, 브랜드 마케팅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샘은 이사를 하지 않고도 주택의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공간별 리모델링 패키지’에 주력하고 있는데 품질 향상을 위해 최근 리모델링 시공의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직시공을 하는 ‘무한책임 시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대표는 올해 6월 ‘R&D데이’, 8월 말에는 ‘크리에이티브데이’를 열고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매장 혁신 및 제품 개발 역량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샘은 지난달 '레이어드 홈(집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 트렌드를 겨냥한 가구 신제품 7종을 출시하는 등 제품 개발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R&D데이 행사에서 B2C 부문의 양대 축인 홈리모델링 부문과 홈퍼니싱 부문이 그동안 일관적이지 않은 콘셉트로 제품을 개발해왔다며 앞으로는 트렌드를 분석 반영해 일관성 있는 콘셉트의 제품 개발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 한샘연구소, 디자인실, 전략기획실 산하 생활환경기술연구소 등 기능적으로 분류됐던 연구개발 조직을 SCM본부 한샘연구소 및 R&D본부 산하 카테고리별 부서 7개(리모델링상품부, 부엌상품부, 침실상품부, 소싱개발기획부, 서재자녀방상품부, 거실상품부, 공간디자인부) 등으로 세분화시켰다.

김 대표의 장기인 브랜드 마케팅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까지 현대카드에서 브랜드본부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한샘은 아직까지 자체 브랜드가 없는 쇼파, 서재 등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전문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한샘은 매트리스 브랜드 ‘포시즌’의 브랜드 마케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해왔다. 마케팅 이후 포시즌 매트리스의 8월 계약금액은 올해 7월보다 13%, 지난해 8월보다 11% 각각 늘어나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한샘은 4일 동명 웹툰 원작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등장 캐릭터를 활용한 포시즌 매트리스 광고 영상을 공개했는데 한 달 만에 조회수가 929만 회를 기록하면서 포시즌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대표의 투자 의지는 연구개발 비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샘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으로 184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늘어난 규모다. 한샘의 올해 연구개발 비용은 연 300억 원을 밑돌았던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업계 일각에서는 한샘의 자금 사정을 들어 김 대표의 전방위적인 투자가 빠르게 성과를 내야한다고 본다. 한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177억 원에서 올해 2분기 말 394억 원으로 66.5% 줄어들었다.

한샘이 올해 4월 기업설명회에서 분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현금 여력이 부족하다면 이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올해 한샘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면서 총 131억 원을 지급했으며 같은 기간 발표한 2차례의 자사주 매입에 782억 원을 지출했다. 
 
문제는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주택시장은 매매거래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관망(wait and see)하는 상황이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물가, 소득, 금리 경로가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구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투자 행보와 별개로 주택시장이 되살아나야만 한샘의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시작된 주택거래 위축으로 올해 들어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73억 원, 영업손실 136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0.9% 줄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홈리모델링의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2117억 원에서 올해 3분기 1586억 원까지 떨어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