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각종 악재에 실적 부진 '허우적', 흑자전환 내년에나 가능

▲ 조선3사가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까? 국내 조선3사의 핵심 일감인 LNG운반선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회사별로 러시아에서 수주한 건조계약의 해지,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 등 여러 악재를 맞닥뜨리고 있어 올해도 영업적자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3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풍부한 일감 확보, 이에 따른 선박 건조가격 상승에 힘입어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조선3사는 올해 대략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애초에 올해에는 흑자전환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두 회사도 모두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을 비쳐왔다.

흑자전환 기대를 받았던 한국조선해양도 올해 영업손실 290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3사 가운데 과거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도 그나마 양호한 수주를 거뒀고 2020년 말부터 찾아온 호황기에 가장 먼저 수주실적을 끌어올린 한국조선해양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올해 2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봤을 것이라는 추정이 바탕에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기존 2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는 370억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철강사들과 진행한 후판 가격협상에서 후판 가격이 10만 원 더 오른 1톤당 120만 원 선에 결정되면서 추가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영업손실 193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500억 원가량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부분적 조업중단과 원자재가격 상승 탓에 4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는데 2분기에도 실적 반등을 못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전망이 어두워 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2분기 기존에는 수백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전망됐었는데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으로 손실 폭은 1천억 원 이상 커진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4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삼성중공업은 2017년 4분기부터 1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는 것이다.

여기에 조선업 전반에 걸쳐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금융제재 영향에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의 건조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해지된 계약은 없지만 러시아에서 수주한 계약규모가 조선3사 가운데 가장 큰(약 6조3천억 원)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불법파업에 실질적 손실까지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 건조시설)를 점거한 뒤 선박 진수를 막고 있는데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하루마다 매출 감소 260억 원, 고정비 손실 60억 원을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조선3사의 실적반등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 실적부진 지속, 러시아발 리스크, 노사갈등 등에도 불구하고 조선3사는 실적 기반인 일감 확보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7일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3척을 수주하면서 누적 수주 175억2천만 달러를 달성해 이미 올해 수주목표(174억4천만 달러)를 넘겼다.

대우조선해양은 59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89억 달러)의 66%를, 삼성중공업은 63억 달러를 수주해 수주목표(88억 달러)의 72%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조선3사 모두 안정적으로 조선소를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인 2년 치 일감을 넘어서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3사는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 카타르 대규모 LNG 프로젝트(노스필드)의 LNG운반선 발주 지속 등 앞으로도 좋은 수주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수주한 일감들의 질이 우수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20년 말부터 선가가 꾸준히 오른데다 앞으로도 조선3사의 도크가 가득 찬 만큼 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가를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6월 161.53포인트로 2020년 12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수주한 수익성 높은 일감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때 톤당 200달러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이 6월 톤당 122달러로 내리면서 후판 가격 역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조선3사의 흑자전환 전망에 힘을 싣는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합하면 한국조선해양은 6천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700억 원, 삼성중공업은 1천억 원이다. 특히 2015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을 보던 삼성중공업은 만년 적자의 주요 원인인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5척을 모두 용선 또는 매각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핵심 일감인 LNG운반선 신조선가가 조만간 사상 최대인 2억5천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조선사들의 중장기 실적은 매우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의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다만 높은 선가에 계약을 맺은 일감들이 내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조선3사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