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이어지는 시공계약 해지 통보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사업장뿐 아니라 착공 단계에 들어선 사업장들에서도 계약파기를 추진하고 있어 HDC현대산업개발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면초가, 착공단계 사업장도 계약해지 통보받아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2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조합 등이 이달 안에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다룬다.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24일 정기총회에서 시공단과 계약 해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표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지금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실진주와 이문3구역은 이미 공사에 착수해 땅을 고르는 터파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일반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시간을 벌었지만 계약 해지가 이어지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시공계약 해지로 당장 사업실적에 타격을 입는 것도 문제지만 건설 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냉담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도 계약 해지 사례가 이어지만 흔들리는 사업장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지금은 비용을 비롯해 복잡한 절차, 법적 문제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망설이고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다시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간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고된 겨울을 버티게 해줄 일감 확보가 중요하다.

파격적 조건으로 신규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 하더라고 기존 사업장들을 잃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각 사업장에서 안전과 품질부분 강화 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조합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계약을 지키는 데 온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부실시공’ 낙인의 여파를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잠실진주 재건축과 이문3구역 재개발사업만 봐도 그렇다. 이들 사업장은 이미 착공 단계에 들어선 만큼 계약을 해지할 경우 조합도 손해가 크고 문제가 복잡해지는 데도 HDC현대산업개발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잠실진주는 1980년 준공된 단지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컨소시엄으로 시공권을 수주해 지하 3층~지상 35층, 2678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었다.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도 서울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사업이다. 

2015년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이문동 일대 15만4783㎡ 부지에 지하 7층~지상 41층 규모 공동주택 25개 동과 부대 복리시설을 짓기로 했다. 가구 수만 4300여 규모에 이르고 일반 분양은 1600여 가구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서울과 경기, 광주, 부산 등 전국 사업장 6곳에서 시공권을 잃었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과 경기 광명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시공과 아이파크 브랜드 적용이 배제됐다. 

부산 서금사A구역 재개발사업과 대전 도안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경기 광주 곤지암 아파트 신축공사 등에서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착공을 앞두고 있었던 경기 안양 뉴타운삼호 재건축조합도 지난 21일 열린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과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하고 HDC현대산업개발에 통보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해지 안건 관련 총회를 앞둔 조합들도 여러 곳으로 앞으로도 기존 사업장에서 퇴출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조합은 이번 주 안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해지 총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대전 숭어리샘 재건축조합, 부산 시민공원3구역 재개발조합도 5월 총회를 열고 계약해지 안건을 다룬다.

부산 시민공원3구역 재개발사업은 4월 초 시공권을 잃은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2차 신축과 마찬가지로 공사비가 1조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장이다. 조합이 계약 해지로 의견을 모으면 HDC현대산업개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신용등급도 내려가고 있다. 시장의 신용평가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1월 이후 다시 한 번 HDC현대산업개발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광주 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 유동성 부담의 가중과 대응능력 여부, 신규분양 추이와 계약해지 또는 시공배제 사업 발생 여부 등을 살펴볼 필요성이 높아진 점이 반영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