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인사 두고 신구권력 신경전, 한수원 사장 인선 시선 집중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임명식을 마친 뒤 함께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교체를 앞두고 공공기관 기관장 임명과 관련해 신구권력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새 정부 출범을 전에 현재 기관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 인선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무산과 관련해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더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장 임명 문제가 이번 회동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이에는 지난 15일 공공기관장 인사를 두고 날선 발언이 오갔다.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이 청와대를 향해 공공기관 인사에 사전 협의를 요구하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5월9일까지로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받았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인수위의 신경전은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 문제로 촉발됐다. 하지만 4월4일에 임기 만료를 앞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후임자 인선을 두고 더욱 세게 부딪힐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은행 총재의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이주열 총재가 한 차례 연임해 더는 연임이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의 독립성 등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인수위와 의견 교환을 거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으로 다음 대통령과 임기의 대부분을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수원 사장 인선은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이 한수원 사장을 임명하기까지는 임원추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청 등 절차는 거쳐야 하지만 국회 등 외부 기관과 거쳐야 할 절차는 없다.

정 사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공기업 사장은 취임 뒤 3년 임기를 마치면 1년 단위로 횟수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정 사장은 2018년 4월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친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한수원과 정부에서는 정 사장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후임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 불편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기 한수원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자 정 사장의 연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사장의 연임은 임추위 구성 등을 거치지 않고 한수원 이사회, 주주총회 의결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제청 등 절차로 진행된다.

한수원은 정 사장의 연임 추진 여부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게다가 이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와 관계없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법원이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의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담당하고 있는 원전 분야가 현재 정부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가장 분명하게 갈리는 영역이라는 점도 양측을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16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인사를 두고 청와대 비판에 나섰다. 한수원 사장 인사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지난달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을 임명한 일을 놓고 “임기 3년의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민단체 출신 ‘탈원전 인사’가 임명된 것은 정권 말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