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무역환경 악화에 '우수평가' 무역보험공사 고삐 더 죈다

▲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9일 무역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신남방 진출을 위한 'KSURE-PETRONAS Vendor Fair'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무역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보험을 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평가 A등급 유지도 과제로 떠오른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조직개편과 신사업·신시장 지원 등을 통해 수출활력 높이기에 나섰다.

29일 기획재정부와 무역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는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사실상 기관장의 부재 속에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역보험공사의 우수 등급 획득은 무려 11년 만의 일이다. 무역보험공사는 2016년 경영평가에서 매우미흡(E) 등급을 받았는데 불과 2년 만에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기재부는 26일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우수사례를 발표하면서 무역보험공사가 국민과 고객에 신뢰받는 무역·투자·금융안전망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무역보험공사는 2018년 중소기업에만 사상 최대규모인 무역보험 52조 원을 지원해 중소기업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위험관리와 기금 건전성 개선으로 4년 만의 순이익 1596억 원을 내는 등 실적을 개선했고 기재부의 고객 만족도 조사 A등급, 권익위 부패방지시책평가 1등급 등 외부 평가도 좋았다. 여기에 정규직 80명 전환 완료와 역대 최대규모 신규채용 등 사회적 가치 구현 노력도 돋보였다.

무역보험공사가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으나 이인호 사장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까지 불거지며 무역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경영실적 등급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취임했기 때문에 지난해에 거둔 좋은 경영실적을 유지해야 할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2018년 5월 문재도 전 사장이 물러난 뒤 반 년 넘게 강병태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는데 올해 취임한 이 사장이 이보다 못한 등급을 받는다면 체면이 깎이게 된다.

이 사장은 행시 31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를 지낸 무역통상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산업부 차관으로 발탁되는 등 국정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역보험공사 사장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사장은 신시장과 신산업 지원을 확대해 수출구조를 혁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악화하는 수출환경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아세안, 몽골 등 신남방·신남방 시장과 전기·자율차, 스마트선박, 차세대반도체 등 12대 신사업에 보험한도를 최대 2배 우대해 주는 등 특별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엄중한 수출여건과 뒷걸음치는 수출실적에 무역보험공사에 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임을 알고 있다”며 “수출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로 지원여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혁신과 고객가치 증진 등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일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7월 초 조직개편에서 이 사장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4차산업혁명에 맞는 기술주도형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 무역보험 생태계에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또 고객 만족과 교육·컨설팅 기능을 한 곳으로 모아 고객지원 컨트롤타워인 고객가치부도 신설했다.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고객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

30일부터 8월2일까지 사회적가치혁신실 윤리경영 성과감사를 통해 반부패 청렴정책 이행사항을 점검한다. 6월에는 인권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인권경영을 본격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