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을 놓고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감세가 추진되면서 주로 서울 아파트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법 개정안에 부동산 시장도 관심, 상속세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시세 '자극'

▲ 세법 개정안이 서울 아파트 시세를 자극할 수도 잇다. 서울 시내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고가 부동산의 시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세법 개정안 가운데 △인구 감소지역 1세대 1주택 특례 △수도권외 준공후 미분양 1세대 1주택 특례 △혼인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 확대 △상속증여세율 과표 조정 등이 부동산 관련 주요 세제 변화로 꼽힌다.

1세대 1주택 특례는 기존 1주택 세대가 인구 감소지역, 수도권 외에 가격 등 조건을 만족하는 주택을 구입해도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할 때 1주택자로 본다는 내용이다.

혼인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 확대는 1주택자 사이 혼인으로 2주택자 세대가 되도 일정 기간은 1세대로 보는 특례의 적용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상속·증여세율 과표 조정으로 부동산 시장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세제 개편안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상속증여세 과표 조정에 따라 증여 및 상속 비용이 줄어든 효과는 부동산 시장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상속·증여세율 과세표준은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다.

개정안에 따르면 2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10억 원 초과 20%로 과세표준이 바뀌게 된다.

10%인 최저세율 구간이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되고 30억 원 이상 구간의 세율이 50%에서 40%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도 기존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조정된다.

현행 세법은 ‘기초 공제 2억 원과 인적공제 합산액’ 혹은 ‘일괄공제 5억 원’ 가운데 큰 금액에 배우자 공제까지 더해 상속세 과세표준을 정한다. 배우자 공제액은 5억~30억 원으로 법정 상속 지분 내 실제 상속분으로 정해진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 1명에 자녀 2명이 있는 사람이 사망할 때 기초공제 2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 자녀 2명 공제 10억 원을 모두 더해 최소 17억 원까지 공제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거래되는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3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울 내 아파트 대부분을 상속세 없이 물려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17억 원이 넘는 아파트라도 자녀 입장에서는 부 또는 모 사이 배우자 상속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상속을 받게 되면 인적공제를 두 차례 받는 만큼 최종적으로 실제 부과 받는 상속세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수도권 외 지방 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올해 6월 기준 3억5500만 원 정도로 기존 인적공제의 범위 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세제 개편의 효과는 사실상 서울 아파트가 보게 된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법 개정안의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성명을 통해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대체 서민, 중산층과 무슨 관계냐”고 비판했다.

정부의 이번 세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가 필수적으로 분석된다. 세제 개편방안 191개 항목 가운데 법률 개정이 필요한 항목이 168개(88%)에 이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9일 “세법 개정안 가운데 야당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만 실시 가능한 부분은 10% 남짓에 불과하다”며 “상속세 관련 개편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 통과가 연말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입법 불확실성에 부동산 증여 등이 미뤄지고 관망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랩장은 25일 '세제개편안 부동산부문 주요내용과 시장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상속·증여세법의 국회 법 개정 이전까지 부동산 관련 증여 움직임이 일시적 소강상태를 보이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 개정 이후 증여가 확대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