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당시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동학개미운동’의 멘토로 알려진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신의 불법 투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10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송승우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존 리 전 대표가 한국일보와 기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한 사실이 알려졌다.
 
‘동학개미 멘토’ 존 리, 불법투자 의혹 보도 한국일보 상대 10억 손배소 패소

▲ '동학개미운동' 멘토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신의 불법 투자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와 기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인터뷰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 <연합뉴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가 허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2022년 6월 존 리 전 대표가 아내의 이름으로 투자한 지인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등에 60억 원 규모의 메리츠자산운용 금융상품을 차명 투자하는 등 불법 투자 의혹이 있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존 리 전 대표는 허위 기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국일보와 기자들을 상대로 총 10억 원을 배상하고 해당 기사 삭제 후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존 리 전 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배우자가 P2P 업체에 개인 돈을 투자한 것으로 차명 투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P2P 업체 대표라고 알려진 지인은 실제 대표가 아니고 메리츠자산운용이 투자한 곳도 이 P2P 업체가 아니라 그 회사가 중개하는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차명 투자’라는 표현에 대해 “존 리 전 대표의 배우자는 도예 작가로 존 리 전 대표가 투자 자금 출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국일보 기사는 공익을 목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됐으며 기자들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도 모두 ‘혐의없음’ 결정이 난 점을 고려하면 위법성도 없다고 봤다.

보도 당시 지인이 P2P 업체의 대표이사가 아니었다는 존 리 전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메리츠자산운용이 이 P2P 업체 중개상품에 78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와 지인 두 사람 사이를 ‘경제적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에 불과하며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 리 전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동학개미운동’을 이끄는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로 이름을 알렸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장기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지자 대표직을 사임했다.

‘동학개미운동’은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주가가 폭락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여 방어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즈음 생긴 신조어다.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개미’에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을 합쳐 만들어졌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