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모델링 아파트는 신축보다 못하다? 서울 개포동 더샵트리에 가보니

▲ 개포우성9차아파트를 리모델링해 탄생한 개포더샵트리에 입구.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리모델링 아파트는 신축보다 못해요. 설계변경 한계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보다 상품성도 떨어져요. 천장 높이가 낮아서 답답해요. 분담금이 재건축사업만큼이나 높아요.”

리모델링 아파트를 두고 이런 우려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이야기들이다.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과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아파트가 신축과 비교해도 손색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28일 서리협과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개포더샵트리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개포더샵트리에는 1991년 지어진 개포우성9차아파트(232세대)를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2021년 12월 재탄생된 곳이다. 기존 용적률 249.33%로 인근에 위치한 개포우성3차(179%), 경남아파트(174%)와 비교해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자 리모델링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세대당 실사용 면적은 74∼78㎡였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121~130㎡으로 늘었다.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하고 지상 2층부터 16층까지 세대를 증축했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높고 분담금 부담도 높지 않았다. 1세대당 분담금은 4억 원가량으로 별동증축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으로 조합원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개포 더샵트리에는 안전성과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사례다”며 “땅속에 기둥과 흙막이벽을 만들어 기초를 탄탄히 하고 위에서 아래로 거꾸로 시공하는 방법으로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안전성을 입증한 단지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따르는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달리 주택법을 적용받아 공공기여(기부채납)없이 최대 세대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빽빽하게 쓴 단지에서 세대수를 최대 15%까지 늘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공공기여가 없이 최대한 세대수를 늘린다면 사업성이 갖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리모델링 아파트는 신축보다 못하다? 서울 개포동 더샵트리에 가보니

▲ 개포더샵트리에 거실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15층에 마련된 단지에 들어가자 넓은 거실과 부엌이 눈에 들어왔다.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창밖으로는 롯데타워가 보이는 탁 트인 광경이 드러났다. 

최근 신축단지 천장고(2.4~2.5m)보다 소폭 낮은 2.3m였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곳곳에 개방감이 높은 창문을 설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안방에는 넓은 드레스룸과 욕조가 있는 넓은 화장실도 갖춰져 있었다. 리모델링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단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주차대수도 늘었고 지상에 자리가 모자라 이중주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개선됐다. 리모델링사업 이전 세대당 0.52대였던 주차대수가 1.31대로 크게 늘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SUV 등 큰 차를 선호하고 세대당 차량 보유대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차장 크기와 세대당 주차대수 등을 조합원들이 따지고 있다”며 “개포더샵트리에는 모든 세대가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지상에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해 관리사무소와 노인정, 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등 주민 공용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리협은 리모델링 아파트의 상품성을 정부와 주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신축 못지 않은 상품성에 사업추진이 빠르고 재건축사업보다 부담이 덜하지만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재건축사업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오해들을 풀기 위해 서리협은 앞서 1월17일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에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 관련 대통령 공약이행 촉구 및 대통령 면담요청 건의’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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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포더샵트리에 주방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와 관련해 최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2023년 9월25일)됐고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추가개선 과제도 발굴하겠다”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 등에 따라 즉시 추진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서리협에 보냈다.

윤 대통령은 리모델링사업과 관련해 활성화 방안을 공약했지만 취임 이후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서리협이 공약 이행 관련 면담을 요청했지만 원론적 답변만 받아낸 셈이다.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3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의 안전진단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지만 리모델링 조합은 주민들이 돈을 걷어 안전진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시가 1층을 필로티공간으로 설계하고 1개층을 올려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수직증축으로 보고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치도록 하는 등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서리협은 탄소중립 등의 세계적 과제를 위해서도 리모델링사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리모델링사업은 철거·시공과정에서 재건축사업과 비교해 탄소배출을 48% 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후화한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하면 난방에너지 소모량을 65~70% 감축할 수 있다. 고성능 창호와 단열재를 개선해 고효율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리모델링사업을 향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 단지는 약 130여 곳으로 집계됐다.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보면 서울 내 공동주택 단지 4217곳 가운데 3087곳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수요 예측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리협 관계자는 “리모델링 아파트가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성이 낮다는 오해를 바로잡고 정부와 소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서울 및 1기 신도시 등에서 현실적으로 재건축사업만으로 양질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현장] 리모델링 아파트는 신축보다 못하다? 서울 개포동 더샵트리에 가보니

▲ 개포더샵트리에 지하주차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