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른바 ‘순살아파트’라는 말까지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로 건설업계를 향한 불신이 가시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자 사전점검에서도 심각한 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기도 해 입주를 앞둔 사람들이 전문성을 앞세운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를 찾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늘어나는 하자, 사전점검 대행 활성화 기폭제 될까

▲ 이길원 홈체크 대표가 2023년 10월4일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를 앞두고 진행된 공공주택 및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수많은 하자가 발생해 논란이 일어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시공한 세종시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는 사전점검 과정에서 8만 건 이상의 하자와 함께 건설 노동자가 방치한 인분 등이 발견됐다.

입주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1월18일에는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용승인 불허, 준공 연기를 요청했다. 

수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1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는 8일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1단지의 사용승인 불허 요청을 수원시에 제출하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이 승인되면 공사 도중에 입주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입주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조차 하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10~30세대로 규모가 작긴 하지만 삼중창 파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축아파트 하자가 사실상 '상수'로 여겨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를 찾는 입주자들도 늘고 있다.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는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아파트 하자를 대신 점검해 준다. 업계 경력이 긴 전문가들이 직접 일반인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장비를 사용해 하자를 찾아준다는 점을 부각한다.

이들은 배관, 전선 등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레이저를 사용해 수직·수평 여부를 판단하는 레벨기, 기울어진 정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평계, 방사능을 측정하는 라돈 측정기 등 전문장비를 동원한다.

가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3.3㎡당 1만 원에서 1만5천 원 정도로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입주예정자협의회 또는 입주자 카페와 연동해 공동구매 형태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으며 입주를 앞두고 진행되는 입주박람회에도 많은 사전점검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근마켓, 숨고 등 플랫폼을 사용해 고객에게 직접 견적을 제시하는 업체도 있다. 일부 규모가 큰 업체는 대한민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고객을 모집하고 직원을 파견해 사전점검을 진행한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늘어나는 하자, 사전점검 대행 활성화 기폭제 될까

▲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1단지 입주예정자들이 2월8일 수원시청 앞에서 사용승인 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입주예정자협의회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건설업 불황에 따라 프롭테크(부동산정보기술)업계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사전점검 대행업체는 성장세를 나타낸다.

대표적인 사전점검 대행업체 가운데 하나인 홈체크는 2018년 창업했을 때 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23년에는 5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만 세대 규모였던 누적 점검 가구 수도 2023년 12월 기준으로 6만 세대를 넘었다.

홈체크는 지난달에는 19억 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고용노동부가 뽑는 2024 청년 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길원 홈체크 대표는 지난해 10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30만 가구 규모인 전국의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 기준으로 6~7%가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신혼부부가 많은 단지에선 이용 비율이 20~30%로 뛴다”며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선 전체 가구의 35%가 이용할 정도로 주택 점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30만 가구 가운데 30%만 사전점검 대행업체를 이용한다 해도 가구당 30만 원가량 이용요금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연간 270억 원 규모가 된다. 논산일보 등 보도에서도 2018년 120억 원 규모였던 사전점검 산업 규모가 2022년 기준 약 3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전점검 시장이 크게 활성화돼있다. 국내에서도 사전점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집 구매를 앞두고 전문가의 사전점검을 받는 홈 인스펙션이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전점검 대상 또한 신축 아파트가 중심인 한국과 달리 주택과 아파트, 신축과 구축 리모델링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미국의 홈 인스펙션 사업은 1976년 미국 동북부에서 ASHI(American Society of Home Inspectors)가 발족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홈 인스펙션은 1984년 레티시아 이스턴과 윌리엄 스트라스부르거의 토양 문제 소송, 1993년 윌슨과 그레이트 웨스턴 부동산의 주택 결함 소송 이래 대중적인 산업이 됐다.

미국 부동산 중개인의 99%는 구매 전에 주택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며 부동산 거래의 77%에서 실제 주택 검사가 진행됐다. 주택 검사를 받은 고객의 85%는 주택 검사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관련 서비스 디지털플랫폼 앤지(ANGI)에 따르면 주택 검사 가격은 지역마다 다르다. 뉴욕에서는 점검 평균 비용이 450달러(59만8천 원)인데 반해 디트로이트에서는 300달러(39만8천 원)였다. 미국 평균을 계산하면 약 342달러(45만4천 원)였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깃눅스(Gitnux)의 시장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홈인스펙션 사업은 1년에 약 33억 달러(약 4조3857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택 검사 산업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6.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