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민회 CJCGV 대표이사가 잃어버린 주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CJCGV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을 때도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던 행보다.
 
CJCGV 유상증자에 뿔난 주주 달래기 온힘, 허민회 코로나19 때보다 더 간절

▲ CJCGV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주주들을 향해 회사 현황과 미래 추진 전략 등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허민회 대표이사(사진)가 신뢰 회복을 위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1조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일로 CJCGV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다분히 의식한 조치로 여겨지는데 허 대표가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일 CJCGV의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CJCGV는 통상 분기별 실적발표 자료마다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스크린 수와 각 지역별 실적, 다음 분기나 당해 개봉 기대작 등을 알린다. 보통 10장 정도로 작성됐다.

하지만 20일 공개한 2분기 실적발표 자료는 모두 14장으로 이뤄졌다.

우선 하반기 실적 전망을 담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CJCGV는 “글로벌 극장사업의 완연한 회복으로 하반기 전사 관람객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2019년 하반기의 약 75%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평균 티켓 가격과 매점 판매 수입(SPP) 증가, 판매관리비 절감으로 올해 하반기 실적은 2019년 하반기 수준인 매출 9305억 원, 영업이익 706억 원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회사 내부 전망치)를 제시한 것인데 이는 CJCGV가 2004년 상장한 뒤 처음 있는 일로 파악된다. 그만큼 대외적으로 CJCGV의 미래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CJCGV는 현재 계획한 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CJ올리브네트웍스를 4분기부터 연결기준 실적에 편입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2019년 하반기를 초과하는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해외 진출 국가에서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앞으로 전략이 어떠한지 등에 대한 내용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했다.

예를 들면 중국을 놓고는 “영화 시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관람객 극장 소비 회복세 지속으로 하반기 시장 회복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로컬 콘텐츠 ‘소실적탁’, ‘팔각롱중’ 등의 연이은 흥행에 7월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사업에 대해서는 “3분기까지 비수기가 전망되지만 할리우드 콘텐츠 개봉으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적자 사이트 축소와 임차료 구조 변경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내놨던 중장기 전략 ‘넥스트 CGV’ 전략에 대한 설명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넥스트 CGV 전략 추진 계획은 모두 2페이지로 구성돼 있는데 △극장사업: 공간진화 및 수익성 강화를 통한 미래사업 기반 확보 △4D플렉스: 스크린X 확산 및 핵심 사업역량 강화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CGV의 내부 영화관을 앞으로 특별관 도입과 기술 특별관 확대, 신규 고급관 도입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 공간경험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극장사업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콘텐츠를 확충하고 식음료(F&B)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며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4D 영화 상영 시스템인 4D플렉스를 놓고는 시각특수효과(VFX) 통합 스튜디오를 구축하게 인재를 서둘러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으며 자동화 소프트웨어 차별화 기술을 확보하고 제작 효율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CJCGV가 주주들과 소통하는 IR(기업설명) 자료에서 이처럼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CGV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실적발표 때 분기 실적을 담은 자료 이외에 ‘IR팩’이라는 엑셀 자료를 통해 각 지역별 세부 현황을 알렸다. 각 지역별 시장 점유율과 스크린 수, 투자 실적 등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이런 상세 자료를 더 이상 외부에 알리지 않고 공시 기준만 만족하는 정도의 수치를 공개했다.

이런 기조를 확 바꾼 데에는 허민회 대표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크게 휘청였던 2020~2022년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을 이번 기회에 공개한 것은 대표의 의지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CJCGV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수장으로서 1조 원대 유상증자 추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수치들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
 
CJCGV 유상증자에 뿔난 주주 달래기 온힘, 허민회 코로나19 때보다 더 간절

▲ 21일 CJCGV 주가는 전날보다 11.91% 오른 1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CJCGV가 전날 미래 계획 등을 발표한 덕분인지, 상반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 덕분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CJCGV가 6월20일 1조 원대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 발행 주식 수를 한참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는 흔치 않은 일인데다 CJ그룹 차원에서 직접 투입하는 현금도 소액에 그쳤기 때문이다.

CJCGV의 유상증자는 모두 1조200억 원 규모인데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5700억 원, 제3자배정 방식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약 4500억 원 가치)을 현물출자 받는다.

CJ는 주주배정 때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나머지 4900억 원은 일반 소액주주들의 돈으로 메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CJCGV 종목게시판이나 투자 커뮤니티에서 CJ그룹의 행보를 놓고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던 이유다.

CJ그룹은 당시 “CJ의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한 자금수혈이 아니다”라며 “CJ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해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직전 1만4500원이던 주가가 이후 8700원까지 떨어지면서 이런 설명은 무색해졌다.

허 대표가 CJCGV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 결정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21일 CJCGV 주가는 전날보다 11.9% 상승한 1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 한때 20%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상승 흐름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CJCGV의 상반기 흑자’ 때문인지 CJCGV의 상세한 미래 전략 설명에 따른 신뢰 회복인지는 알 수 없다. CJCGV의 주가 추세를 살펴봐야 비로소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