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헬시플레저’ 열풍을 타고 인기를 얻은 제로칼로리 음료들에 아스파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막걸리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제로탄산 시장은 정말 위기일까,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 살펴보니

▲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헬시플레저’ 열풍을 타고 인기를 얻은 제로칼로리 음료들에 아스파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펩시 제로슈거(왼쪽)와 나랑드 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하다는 데 주요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왜일까?

4일 음료업계에서는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된 것은 동물 실험에 따른 위험성만 확인됐을 뿐 인체에 대한 직접적 위해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하얀색 밀가루처럼 생겼다.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 단맛을 낼 수 있고 가격은 설탕과 비교해 5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제로칼로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음료에 많이 쓰인다. 제로칼로리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스파탐 같은 대체감미료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시기준에 따르면 100㎖당 열량이 4㎉ 미만이면 ‘제로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다.

설탕과 아스파탐의 1g당 열량은 4㎉로 같다. 하지만 같은 단맛을 내더라도 아스파탐이 설탕보다 훨씬 적은 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로칼로리 표시 기준에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제로칼로리 음료업계의 고민은 깊다. 이 ‘마법의 물질’과도 같은 아스파탐을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B군에 지정된 물질들이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 검토해야 아스파탐의 유해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우선 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1군, 2A군, 2B군, 3군, 4군 등 5개로 분류하고 있다.

3군과 4군은 발암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암과 무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1군, 2A군, 2B군이다.

1군은 ‘확실한 발암 물질’이다. 1군에는 X선, 가공육, 고엽제, 흡연, 석면, 포름알데하이드 등이 포함돼 있다.

2A군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65℃ 이상의 뜨거운 음료, 튀김, 우레탄 등이 들어가 있다. 교대근무와 야간노동 등도 발암 가능성이 있는 2A군이다.

아스파탐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의심되는 물질’이다. 조리하지 않은 고사리, 목공 업무, 인쇄 업무, 피클, 김치 같은 절임 채소류 등이 포함돼 있다.

아스파탐이 2B군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과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다. 피클과 김치를 먹으면서 암에 걸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2B군에 포함됐던 물질들의 사례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커피도 1990년부터 2B군에 포함돼 있었지만 2016년 제외됐다. 커피의 안전성이 새롭게 입증됐기 때문이 아니다. 65℃ 이상의 뜨거운 음료가 2A군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2B군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이런 근거들과 별개로 일각에서는 1970~80년대 주로 쓰이던 사카린이 식품업계에서 퇴출됐듯 아스파탐의 설 자리도 더 이상 남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되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식품업계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1977년 캐나다에서는 사카린을 먹은 수컷 쥐들의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후 전 세계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아스파탐 논란처럼 사카린은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아스파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론짓고 대체 원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포카칩과 고래밥, 콘칩 초당옥수수맛 등 여러 제품이 다른 원료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제로탄산 시장은 정말 위기일까,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 살펴보니

▲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4일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로이터>


문제는 과거 사카린에 대한 연구가 엉터리였다는 점이다.

수컷 쥐들이 먹은 사카린양은 체중 70㎏인 성인 남성이 매일 175g의 사카린을 먹은 것과 같았다. 1993년 WHO는 사카린이 인체에 안전한 감미료라고 선언했고 IARC는 사카린을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카린은 업계에서 쓰이지 않는다.

아스파탐도 유해성 논란이 있은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197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정과 기업에서 식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할 수 있게 승인했다. 일일섭취허용량(ADI) 이하로 섭취하면 부작용이 없다는 얘기다.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을 초과하려면 체중이 35㎏인 어린이가 하루에 제로콜라 55캔을 마셔야 한다. 체중 60㎏인 성인은 하루에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을 넘길 수 있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처음에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보다는 소비자들도 많이 침착해진 분위기로 보인다”며 “피클, 김치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들이 2B군에 들어가 있고 일일섭취허용량만큼 아스파탐을 먹는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제품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새로 생산하는 제품들은 기업들이 다른 대체감미료를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대체감미료 때문에 맛이 달라진다고 하면 그 이유를 솔직히 밝히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