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저축은행 추가 인수보다 은행과 시너지를 낼 증권사 인수에 시선을 두고 있다. 

다만 최근 매물로 떠오른 증권사들이 몸값을 올려 '인플레'가 형성됐다고 보고 거품이 꺼질 때까지 인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저축은행 인수 '글쎄', 임종룡 증권사 몸값 거품 꺼질 지에 더 관심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증권사 인수를 놓고 거품이 꺼질 때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정부의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저축은행 규정인 상호저축은행법을 살펴보면 전국을 6개 구역(서울, 인천 경기,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강원, 광주 전남 전북 제주, 대전 세종 충남 충북)으로 나눠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현행 영업 제한이 저축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 개정을 원해왔다. 

이에 향후 지역 규제가 풀리게 되면 서울과 경기권에 저축은행을 두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이유로는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가 꼽힌다. 

최근 정부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터넷은행의 허가를 내주면서 금융당국이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요구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은 올해 말까지 각각 30%, 32%, 44%의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를 목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인터넷은행에 더 이상의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를 요구하기는 무리일 것으로 여겨진다. 순이익을 내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달리 토스뱅크는 아직 순손실을 내고 있기도 하다.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더 늘리기를 원하는 정부가 이제는 4대 금융지주의 역할을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인수 소식이 퍼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저축은행보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관해 “저축은행 인수에 관한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의 최우선 인수 대상은 증권사와 보험사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 소문이 도는 이유로 늦어지는 증권사 인수를 꼽는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넘겨줬다. 
 
우리금융 저축은행 인수 '글쎄', 임종룡 증권사 몸값 거품 꺼질 지에 더 관심

▲ 우리금융지주는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증권사와 보험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 인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시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 앞 .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인 2021년부터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다. 

증권사는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금융지주가 갖춰야 할 비금융업 가운데서도 1번째로 꼽히는 중요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은행업이 금융지주 순이익의 약 85%를 차지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구조를 고려할 때 증권사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도 클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가 늦어진 점은 사실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손 회장이 재연임을 하지 않기로 하며 올해 3월까지 회장 선임 과정을 이어갔다.

게다가 회장 선임을 마친 뒤 이원덕 전 은행장까지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혀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했다. 지금까지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이유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부 계열사 대표 결정을 마치는 사이 증권사 인수 경쟁자도 나타났다. 

대부업을 정리하기로 한 OK금융그룹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증권사 인수에 나선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OK금융그룹보다 자금 동원 여력이 더 큰 우리금융지주지만 증권사에서 이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고 있는 점이 문제일 것으로 바라본다.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고려하면서도 섣불리 달려들어 큰 값을 치르기보다 적당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