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최우선 현안은 셀트리온3사 합병이다.

앞서 서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셀트리온3사는 나름대로 사업에서 진전을 보여왔다.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했고 실적을 개선했다. 그러나 3사 합병만큼은 좀처럼 진행하지 못했다.
 
서정진 셀트리온3사 경영복귀 키워드는 '합병', 다시 주주 설득 전면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복귀로 셀트리온3사 합병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그룹 주주 일부는 주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3사 합병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합병 이후에도 회사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셀트리온그룹 기업가치 형성의 핵심 역할을 한 서 명예회장이 다시금 경영 전면에 나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3일 셀트리온그룹은 서 명예회장의 복귀 이유 중 하나로 3사 합병을 강조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경제위기뿐 아니라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후보물질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며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한 것이다"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 자신도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3사 합병을 중요 현안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2022년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에 전화로 참석해 "반대주주가 많으면 회사가 (주식을) 사들일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많이 찬성해달라"며 합병 찬성을 독려했다.

서 명예회장의 말처럼 셀트리온3사 합병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주주들의 반대다. 셀트리온그룹 사업구조상 합병 후 회사의 매출이 기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공급받아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셀트리온3사가 합병되면 바이오시밀러가 오가는 중간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사라지면서 전체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합병에 반대해 주주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회사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도록 요구하는 권리다. 보통 현재 보유한 주식 가치가 합병으로 인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주가 많을수록 회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심하면 합병이 취소될 수도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3사 합병에 앞서 지주회사의 합병을 추진하다 주주들의 반대로 일부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주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한 뒤 셀트리온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일부 보유한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3개 회사를 합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 했다.

그러나 2021년 12월 합병된 기업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2개뿐이었고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제외됐다. 합병에 반대하는 셀트리온스킨큐어 주주들이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한도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이 취소된 것이다. 

당시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 실패는 그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한 그룹 지분이 셀트리온 2.11%, 셀트리온헬스케어 1.38%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트리온3사의 합병 문제는 다르다.

현재 그룹 안팎에서 지적받는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병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셀트리온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41.99%에 이르러 전체 전환집단 내부거래 비중 13.15%를 한참 웃돌았다. 

서 명예회장이 직접 주주들을 설득해 3사 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그룹은 조만간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서 명예회장을 셀트리온3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