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추진하는 주주대표소송 활성화에 재계의 대응이 구체화하고 있다.

재계는 강경 성향의 인물을 수탁자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는데 주주대표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활성화에 재계 반발, 수탁위에 반대인사 추천

▲ 국민연금공단 로고.


11일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8일까지 접수를 받은 수탁위 위원 후보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추천됐다.

수탁위는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가 각각 3명을 추천해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후보 가운데 위촉한다.

이번 위원 모집은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물러난 데 따른 충원이다. 허 전 위원이 사용자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위원인 만큼 새 위원도 사용자단체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이번에 새 수탁위 위원 추천은 주주대표소송의 활성화를 추진하려는 국민연금을 향한 재계의 대응으로 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올해 1월 초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곧바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토론회, 간담회 등을 연달아 개최했다.

이들 행사에서 최 명예교수나 권 교수는 토론회 좌장이나 발제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권 교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지난달 20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수탁위 위원들 임기가 3년인데 소송은 3년이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 3일 보도된 동아일보 기고문을 통해 “국민연금은 연기금 고갈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지금 기업에 강제로 걷은 돈으로 주주 노릇을 하면서 기업을 압박하는 과욕을 부릴 때가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가 추천한 인물이 모두 법학 전공자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허 전 위원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재계는 우선 자기네 몫의 위원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향해 의견제시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주주대표소송 권한의 수탁위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법률전문가인 위원은 재계의 반대 논리를 제시할 적임자가 될 수도 있다. 수탁위는 사안에 따라 예외도 있지만 통상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오는 25일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주대표소송 권한의 수탁위 일원화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기업과 관련된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주주대표소송 권한의 수탁위 일원화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기금위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관련 안건은 기금위가 심의, 의결하는 사안으로 25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이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차관 등 5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그 밖에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등 단체 추천 위촉위원 14명도 참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