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회장이 갈수록 곤혹스러운 입장에 몰리고 있다.

김 회장과 대학 동기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넥슨 비상장 주식의 매매 과정에서 거액의 차익을 본 데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정주, 진경준의 '넥슨 주식 시세차익' 불똥 튈까 전전긍긍  
▲ 김정주 넥슨 회장.
진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수성가 벤처기업가의 대표적 인물인 김정주 회장의 이미지에도 큰 상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진경준 검사장이 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당시 비상장기업이던 넥슨의 주식 8537주를 구입한 뒤 10년 동안 순차적으로 되팔아 약 120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 검사장은 이와 관련해 3월31일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결국 검사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이 잦아들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의 특별한 인연도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둘은 서울대학교 86학번 동기이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해 온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대거 구입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김정주 회장이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런 말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도 많다.

진 검사장과 그의 친구 2명이 함께 구입한 넥슨 비상장 주식은 당시 전체 발행주식의 약 1%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넥슨은 비상장기업 시절에 일정량 이상의 주식을 팔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주식양도 제한규정’을 두고 있었다. 김정주 회장은 당시 넥슨의 등기이사 신분이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구입할 당시 전체 보유재산의 10% 이상을 ‘올인’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지 않는 대목이다.

금융분야 핵심요직을 두루 거친 진 검사장의 이력도 주목된다.

진 검사장은 넥슨의 주식을 사기에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근무했고 주식을 취득한 이후에는 서울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으로 재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핵심수뇌부와 법무부 고위관료의 관계가 악용됐느냐 하는지 여부”라며 “뚜렷한 해명없이 검사장을 사임한 진 검사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김정주, 진경준의 '넥슨 주식 시세차익' 불똥 튈까 전전긍긍  
▲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
넥슨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김정주 회장과 진 검사장이 절친한 사이라는 점 때문에 ‘주식 로비설’이나 ‘내부정보 제공설’ 등 기업 이미지가 깎이는 말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 회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도전정신 하나로 넥슨을 창업해 연매출 2조 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게임기업으로 키워낸 김 회장의 ‘벤처기업가’ 이미지가 이번 일로 손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이번 일은 개인의 주식매매와 관련한 사항이므로 회사(넥슨) 차원에서 따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넥슨의 지주사이자 김정주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NXC의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이번 일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거나 직접 해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그런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