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셀트리온 등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렘데시비르가 아직 효능과 부작용 등에서 논란이 있는 만큼 더 근원적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늘Who] 서정진, 셀트리온 근본적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기회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긴급사용승인이란 정식 사용허가는 아니지만 치료제 등이 연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일 코로나19 중증 입원환자를 위해 특별히 일시적으로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내렸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정부가 후원한 연구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회복기간을 31%, 평균적으로 4일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근원적 치료제로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렘데시비르는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신장 기능과 혈압 저하 등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최석원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은 일시적이며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렘데시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약물이 되는 것은 아니고 최적의 약물 용량과 투약 기간에 관해서는 아직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는 렘데시비르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약물로 기대되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중화항체 유전자를 이용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렘데시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의 분열을 교란해 번식력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서정진 회장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와 렘데시비르는 경쟁약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3월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바이러스제와 항체 치료제는 서로 상승작용을 갖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와 항체 치료제가 바이러스를 잡아주면 잔여 바이러스는 면역력으로 완치시키는 것”이라며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번식력을 30~40% 줄일 수 있는데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면 이미 번식된 항체의 60%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는 항체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다수 이뤄지고 있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벤쿠버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엡셀레라 연구팀이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이용 가능한 항체를 발견했다”며 “7월 초에 임상에 들어갈 것이며 연구진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약 152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손잡고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서 회장은 올해 7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고 2021년까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서 회장은 “7월 둘째 주까지는 인체 임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와 같은 계획을 세워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는 릴리, 바이오젠 등이 있는데 항체는 바이러스가 완치된 환자가 나타나고 그 환자가 감염된지 3주 뒤에 나온 피를 통해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보다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서 회장의 계획대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형성된 환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의 몸에는 여전히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됐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중화항체가 붙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4월2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화항체가 방어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해도 이 항체가 얼마나 지속할지, 감염이 된 뒤에 얼마나 형성되는지 등을 아직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현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