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의 성숙과 함께 앞으로 이동통신망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전국망 구축이 끝난 5세대(G) 이동통신 망 외에 5.5G 등 2030년쯤 상용화 예정인 6G로 넘어가기 전 트래픽 폭증에 대비하는 통신 설비 투자가 뒷따라야 하지만, 국내 이통 3사는 당분간 이같은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I로 데이터 트래픽 폭증해도 통신3사가 ‘포스트 5G’ 설비투자 않는 이유

▲ 10일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포스트 5G(5.5G) 이동통신망을 구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국내 정책 환경이 통신 서비스 품질 개선에 필요한 경쟁 촉진을 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통신사들이 5.5G 등 '포스트 5G' 설비 투자에 미온적인 것은 굳이 통신망 품질 업그레이드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전국 어디서나 같은 단말 지원금을 주게 돼 있어 기존 3사가 나눠가진 가입자만 잘 지키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설비투자액과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최근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에 따라 5G 저가요금제 출시에 따른 수익 감소, 판매장려금과 지원금 인상 등에 따라 이전보다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정체되고 있어 굳이 설비투자 경쟁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0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생성형 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통신 트래픽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인당 무선통신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18년 6기가바이트(GB)에서 2023년 12월 18GB로 3배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데이터 사용량 증가율은 2022년 12월10%에서 2023년 12월 38%로 높아졌다.

데이터 트래픽 총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빠른 처리속도가 필요한 AI 관련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조만간 기존 5G 이동통신 대역폭으로는 통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이 차세대 통신망에 투자하고 서비스 품질 경쟁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6G 통신은 2030년이나 돼서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세대 통신망으로 5.5G가 부상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으로 시장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부족한 통신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서비스를 위해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기 위한 광통신망 자체에 관한 투자 재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통신3사는 아직 5.5G 투자 계획을 잡고 있지 않다. 중국 화웨이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5.5G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통신 3사의 마케팅 경쟁을 억제하는 '단통법' 등 잘못된 법제도가 통신 품질 개선에 필요한 설비투자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적으로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통신 3사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 규모는 5G 상용화 당시인 2019년 약 9조6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8조2700억원 △2021년 8조2천억 원 △2022년 8조1400억 원 △2023년 7조6673억 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통신 3사는 특히 2014년 단통법이 제정된 이래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 필요가 줄어들자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I로 데이터 트래픽 폭증해도 통신3사가 ‘포스트 5G’ 설비투자 않는 이유

▲ 에릭 자오 화웨이 부사장이 지난 4월25일 5.5세대(G) 이동통신 관련 통신 장비인 '랜 인텔리전트 에이전트'를 소개하고 있다. <화웨이>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 합산액은 2014년 8조8220억 원이었는데 2015년에는 7조8670억 원, 2016년에는 7조618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단통법 도입 한 해만에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압박 수위와는 별개로 느슨한 단속 환경이 통신 3사의 담합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 3사는 2015년부터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관련해 담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담합 관련 매출이 28조 원 규모에 이르며, 3사 합상 과징금만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들의 차세대 통신망 투자 감소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단통법 폐지 등 시장 설비투자와 통신품질 경쟁을 촉진할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바로 6G로 진입해 중국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가능성이 낮다”며 “5.5G를 먼저 상용화하는 업체가 고주파수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통신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